한국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이 23일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벤투 감독이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오른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신임 감독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러시아월드컵 이후 신태용(48)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로운 지도자를 찾기 위해 공을 들였다. 김판곤(49) 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은 새 감독 후보군들과의 미팅을 위해 두 차례나 유럽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최종 사인에 성공한 이는 벤투 감독이고, 그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책임진다.
벤투 감독은 “나와 우리 코칭스태프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믿고 맡겨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임원진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첫 미팅부터 프로젝트의 야심찬 목표를 설명해 준 김판곤 위원장에게도 감사를 전한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벤투 감독 체제의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통해 새 출발에 나선다. 벤투 감독은 이달 27일 9월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소감은.
“김판곤 위원장과 나눴던 대화가 내가 (한국대표팀을 맡는) 결정을 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시아 최고의 팀에서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아시안컵, 카타르월드컵 예선 통과 등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 아시안컵과 월드컵 진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한다.
며칠 뒤 우리는 두 차례 친선전을 갖는다. 이 소집이 선수들과의 첫 만남이다. 선수들을 관찰하고,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은? K리그(22일 FC서울-포항스틸러스전)를 관전하기도 했는데?
“K리그와 한국 선수들을 잘 알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한국 감독직을 맡기로 한 뒤 처음 한 일은 (러시아)월드컵 경기와 예선전을 본 것이다. 그리고 어제(22일) K리그를 봤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알기엔 아직 부족하다. K리그 경기를 보면서 나타난 선수들의 경쟁력을 봤을 때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최근 10년간 평균 1년 반 주기로 감독이 바뀌었다. 여론의 압박도 심한 것을 알고 감독직을 수락 했을텐데,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 생각인가.
“한국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32년 간 9번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는 내가 한국 대표팀 감독을 선택한 이유다. 모두가 기대하고, 모두가 원하고, 모두가 믿음이 있다. 축구는 결과만을 따진다. 감독이 느끼는 압박감은 매우 높다. 김판곤 위원장이 우리의 목표가 짧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라고 명확하게 설명해줬다. 발전시키려는 의욕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직을 수락했다.”
-기성용, 구자철의 대표팀 은퇴 여부가 관심사인데.
“기성용과 구자철은 대표팀에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영향력이 큰 선수다. 기성용은 이번에 소집된다. 주장 뿐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이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구자철은 대표팀에 소집될 몸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4년을 더 봐야한다. 두 선수는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이 23일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벤투 감독(가운데)이 페드로 페레이라, 세르지오 코스터, 필리페 코엘류, 빅토르 실베스트레 코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떤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감독마다 철학과 스타일이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우리 팀의 정체성을 찾겠다. 공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 수비는 언제, 어디서, 과감하게 압박할 지 생각하고 있다. 공격적으로는 리스크를 줄이고 야망을 갖는 팀이 됐으면 한다. 전체적으로 팀이 강도가 있고 90분 동안 끊임없이 뛰는 축구를 하고 싶다.”
-선수 선발은 어떤 기준을 두고 할 것인가?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주요멤버가 되겠지만 참가하지 못했던 선수들도 들어오게 될 것이다. 협회 관계자들과 미팅을 통해 월드컵 예선에서 뛴 선수 중 본선에 못 뛴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경기력을 보여줬는지가 중요하다. 자기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게 될 것이다. 소속 구단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거나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뽑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 슈퍼리그 충칭 감독을 역임하면서 아시아 축구에 대해 느낀 점은? 1년을 못 채운 것이 실패라고 생각한다면, 실패에서 무엇을 얻었나?
“중국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이 달랐고, 어려웠다. 한국에 오니 그 환경이 어떻게 다른지 깨달았다. 구단에서 설정해준 목표는 1부리그 잔류였다. 시즌 내내 잔류를 했고 한 번도 강등권에 내려간 적이 없다. 이런 사실을 봤을 때 실패라고 보긴 어렵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한국 대표팀을 맡아 굉장히 영광스럽다. 우리(코칭스태프)는 최선을 다해 매우 전문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달성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야망을 갖고 열심히 임하겠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보이도록 하겠다. 친선전이든 공식경기든 대표팀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
고양|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