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일본 수영대표팀 이케에 리카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6개월 때부터 구름사다리 태우며 운동신경 높인 어머니의 열정
신장과 스팬 비율 108%의 타고난 선수, 발사이즈도 265mm로 커
발달한 견갑골 주변 근육과 유연성으로 스트로크 횟수 남보다 적어
일본의 여고생 수영선수 이케에 리카코(18)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1998년 방콕대회 때부터 시상해온 아시안게임 MVP는 1998년 일본육상의 이토 고지를 시작으로 2002년 기타지마 고스케(일본수영), 2006년 박태환(한국수영), 2010년 린단(중국배드민턴), 2014년 하기노 고스케(일본수영) 등이 수상자였다. 이번 대회 6관왕을 차지한 이케에는 수영종목 4번째이자, 여자선수 첫 아시안게임 MVP다.
● 어머니의 조기교육 열성이 탄생시킨 수영 영재
이케에는 어머니의 조기교육을 통해 수영선수의 능력을 갈고닦은 영재다.
유아교실 강사로 일하는 어머니(미유키)는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을 유아교실에 참가시켜 운동능력을 테스트했다. 구름사다리에서의 운동이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책을 읽고는 생후 6개월짜리 딸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잡고 구름사다리를 타게 했다. 이 같은 열성 덕분에 두 살도 되기 전에 철봉을 거꾸로 잡고 오를 수 있었다. 네 살도 되기 전에 수영을 시작한 이케에는 다섯 살에 4개의 영법을 모두 마스터했다. 이런 조기교육 열성에 힘입어 일찍 재능을 발휘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지역 수영학교를 다니며 실력을 키웠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전국 규모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겨룬 이케에는 6학년 때 1973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지역 수영학교의 100m 접영 기록을 깼다. 이때부터 성인도 따라가지 못할 기록을 세우기 시작해 결국 중학교 때 접영에서 일본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일본대표로 자유형, 접영 등 7종목에 출전했다.
● 타고난 선수 이케에 신체의 비밀
이케에는 타고난 수영선수의 몸을 가졌다. 키 171㎝의 그가 두 팔을 넓게 벌렸을 때 길이는 186㎝. 키와 스팬(span·양팔을 벌린 길이)의 비율이 108%로 수영에 최적화됐다. 세계수영 최강자 마이클 펠프스는 이 비율이 105%다. 타고난 신체비율에 더해 발도 크다. 추진력과 스피드를 높여주는 데 필요한 발은 265㎜다.
이케에의 몸 가운데 특이한 점은 견갑골 주변에 발달한 근육이다. 어릴 때부터 구름사다리를 타고 놀도록 했던 어머니 덕분이다. 그는 집 천장에 붙은 구름사다리에 매일 매달려서 돌아다녔다. 타잔을 연상시키는 놀이를 통해 상체는 더욱 탄탄해졌고 손아귀 힘도 강해졌다. 어머니는 수영선수에게 필수적인 유연성을 높이려고 좋은 습관도 길러줬다. 매일 의자를 잡고 몸을 최대한 앞으로 숙이는 스트레칭을 반복한 결과 쉽게 물을 타는 몸이 됐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일본 수영대표팀 이케에 리카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접영 40번, 자유형 71번! 경이로운 스트로크 숫자
이케에는 강력한 상체의 힘과 유연성 덕분에 다른 선수들보다 적은 스트로크로도 멀리 갈 수 있는 영법을 구사한다. 100m 접영은 40번의 스트로크로 끝낸다. 50m 자유형은 37번, 100m 자유형은 71번이다. 남자수영선수의 평균(73번)보다 적은 횟수로 물을 끌어당긴다.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체력소진 면에서도 경쟁선수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이런 선수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발달한 상체에 비해 하체의 파워가 약했다. 2017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참패를 당했던 일본수영협회는 지난해 겨울 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고지대에서 대표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3주 동안 해발고도 2500m 가까운 시에라네바다에서 진행된 합동훈련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기록단축이 디뎠던 이케에를 전혀 다른 선수로 만들어줬다.
당시 그의 수영능력을 보여준 지표 가운데 물의 저항계수(18.384)와 저항지수(1.972)는 일본대표선수의 평균 이상이었지만, 최대추진파워(72.50)는 대표선수의 평균(84.09)에 훨씬 뒤졌다. 이런 약점을 만화하기 위해 몸을 튜브로 묶고 추진력을 높이는 훈련과 낙하산을 허리에 차고 전력으로 스트로크를 하는 훈련을 통해 폭발력과 파워를 높였다.
그 훈련을 통해 “세계와 싸울 힘을 길렀다”던 이케에는 현재 일본수영 개인종목 12개, 릴레이종목 9개 등 무려 21개의 일본신기록을 세웠다. 이케에는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도 경쟁해서 이기는 습관을 가져야 하기에 출전하는 경기는 모두 이기고 싶다”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8종목에 출전해 6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가져갔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이케에의 전성기가 맞아 떨어진 일본수영계는 벌써부터 올림픽 다관왕의 등장을 꿈꾸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