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엔터 파워맨] 손성민 회장 “국위선양한 연예인도 예술·체육요원과 똑같은 혜택 있어야”

입력 2018-09-07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을 주장해온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은 “특정 가수를 군 면제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제도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0> ‘연예인 병역특례’ 화두 던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

입대연기 요건 강화…해외활동 위축
그들의 국위선양은 금메달과 다른가
누적점수제 등 형평에 맞는 잣대 필요

기획사 2400개…무자격 업체도 많아
전과자 차단 등 관련 법·규정 강화해야
FA제도·홀딩스 시스템 도입 등 과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일부 선수를 둘러싼 논란은 병역특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때마침 전해진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차트 두 번째 정상정복 소식은 ‘국위선양의 가치’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졌고, 대중문화계를 외면한 채 순수예술·체육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병역특례제가 과연 공정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병역특례 대상의 형평성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군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연예계에서도 군 문제는 자칫 한 연예인을 사실상 은퇴로 내모는 강력한 폭탄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을 군 면제시켜야한다는 소리는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는 일이다.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 손성민 회장(51)은 용감하게도, 연예인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봄부터 주장해왔다. 그의 공론화 노력은 일부 아시아게임 대표팀 선수의 ‘병역특례 무임승차’ 논란으로 새삼 주목받게 됐다.

4일 서울 행당동에서 만난 손성민 회장은 “방탄소년단을 면제시켜달라는 게 아니다. 국위선양하는 연예인들도 예술체육요원으로 인정해주고 똑같이 혜택을 줘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인은 그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대중문화예술인도 순수예술인과 같은 대우를”

-대중문화예술인은 왜 특례대상이어야 하나.


“형평성의 문제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문화창달이나 국위선양이 과연 순수예술인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인가.”


-연예인들은 자기성공과 돈벌이를 좇지 않는가.

“그럼 스포츠스타는 돈 버는 게 아닌가. 모두가 자기성공을 꿈꾼다. 선수가 운동하다 다친 것이나, 케이팝 가수가 춤추다 다친 것이나 다 자기 일을 하다 생긴 일이다. 연예인이라고 폄훼되어선 안 된다.”


-대안 없는 문제제기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누적 점수제가 하나의 방법이다. 국방부와 문체부 등 정부 관계자, 업계 전문가, 교사, 학생, 주부 등 다양한 계층으로 심사위원회를 만들어 한류스타의 어떤 성과에 대해 심사를 하고, 국가적 공로로 인정되면 일정 점수를 부여한 후 그 누적분에 따라 혜택을 주는 식이다. 연예인의 해외활동을 ‘돈 버는 일’로만 보는 시선이 있다. 운동선수처럼 한류스타들도 전성기 때 활동공백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군 복무 기간만큼 국가기관에 귀속된 신분으로 해외활동을 하고 사병월급을 받으면 된다. 이 부분에 많은 기획사들도 공감하고 있다.”


-심사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순수예술인의 경우 병역특례 혜택이 가능한 국내외 경연대회가 현재 48개 대회 119개 부문에 이른다. 이 중 국내 대회도 10개가량이다. 칸영화제나 그래미시상식처럼 해외 저명 시상식에서 수상한 연예인들에 한해서라도 병역혜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민감한 문제를 왜 공론화하기로 결심했나.

“평소 늘 하던 생각이었는데, 올봄 병무청이 5월부터 입대 연기 요건을 강화한다는 소식 듣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완화를 해줘야할 판에 강화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병무청이 5월29일 자로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업무처리 규정’을 강화하면서 케이팝 가수들이 해외 활동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병무청은 새 규정을 통해 25~27세인 군 미필자가 해외에 체류하려면 한차례 허가를 통해 최대 6개월 동안만 해외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3년간 5회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만 28세 이상이면 학업 외에 홍보대사 등 공익적 활동을 이유로 입대를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 규정에 따라 만 28세이던 그룹 하이라이트 윤두준이 국외여행 허가를 받지 못해 6월 베트남 행사와 태국 팬미팅을 취소했다. 해외 콘서트와 팬미팅이 잦은 케이팝 가수들은 이번 병무청의 규정 강화로 인해 해외활동이 위축될 위기에 놓였다.

손 회장은 “해외출국이 까다로워지면서 해외투어 취소 사례도 나온다. 중소회사가 해외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면 정부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규정에 따라 이제 케이팝 가수는 20대 초반에 데뷔하면 5,6년 활동 후 반드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장기를 지나 인기를 얻을 때쯤 군대를 가야하니 남자 연예인의 데뷔연령이 10대 중반으로 낮아질 우려가 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없다. 한류스타의 해외활동은 외화벌이로 이어진다. 이들이 원활한 해외활동을 위해 해외출국에 융통성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획사 설립요건 강화돼야…FA제도 꼭 이루고 싶어”

손성민 회장이 이끄는 연매협은 현재 500여명의 회원들과 250여개 회원사로 이뤄졌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법정교육, APAN 스타어워즈, 대종상 영화제(공동주최)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간다.

3월 5대 회장에 선임된 손 회장은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제대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시행된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은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를 규율하는 법으로, 기획사의 자격 및 처벌 규정 등이 담겨 있다.


-규제 강화를 자청하는 일은 이례적인데.

“규제 강화가 화두가 아니라, 법에는 (규정이)디테일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대통령령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무등록이거나 부적격일 시에 5000만 원 이하, 6개월 이내 영업정지라 정해져 있는데 최근 관할구청에서 자격미달인 기획사에 소액의 과태료,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대중문화예술기획업(매니지먼트업) 등록업체가 24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왕성하게 활동하는 업체는 600~700개에 이른다. 우리 협회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심사확인단체 및 법정위탁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민원신고가 접수가 들어오는데, 관리를 하는 곳이 무등록업체이면 경찰서, 무자격이나 자격미달은 관할구청에 등록해야 하고, 자격심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한다. 그 외의 일들은 본 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서, 구청, 콘텐츠진흥원 등 정확한 매뉴얼이 턱없이 부족하다. (규정이)미비하고 디테일하지 않아 세밀한 규정과 규제가 있어야 정확한 관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손성민 회장은 또 대중문화산업의 투명화를 위해 대중문화기획업 관계자들의 성범죄 말고도 모든 범죄를 다 조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 장자연 사건 이후 대중문화산업발전법이 제정돼 성범죄자의 매니지먼트 업계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됐지만 사기 등 연예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손 회장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투명화를 위해서라도 법규에 성범죄 외에 모든 범죄를 다 조회하도록 해야 한다. 법안을 만드는 것은 지키려고 만드는 게 아닌가. 자칫 현행법에 대한 세밀한 매뉴얼이 나오지 않으면 법의 악용이 생길 것이라 우려 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임기 중 ‘FA제도’와 ‘매니지먼트 홀딩스 시스템’ 도입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현재 표준계약서상으로는 제작자가 연예인을 키운 뒤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무렵에 계약이 만료되면 연기자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FA제도는 신인을 스타로 키워낸 원 소속사의 공로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제도다.

-FA제도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있나.

“현재 스타급 연예인, 기성 배우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처음 신인으로 5년 이상 함께한 기획사에서 계약만료 후 새 기획사로 옮길 때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해당 연예인이)잘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신인의 기준과 어느 정도 스타의 반열에 선 기준이 분명 다를 것이다. 신인 때 동고동락한 기획사에 보상하자는 것이다.”

-매니지먼트 홀딩스 시스템은 뭔가.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점점 대형기획사 위주로 돌아간다. 하지만 군소기획사들과 상생하여야한다고 본다. 군소기획사가 연합해서 서로 도와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한 기획사에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매니지먼트 홀딩스(투자)회사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손성민 협회장은?

▲ 유도대학(현 용인대) 격기학과 씨름 전공
▲ 경기도 광명에서 체육교사 재직
▲ 1991년 배우 김보성, 신윤정의 개인 매니저로 본격 활동
▲ 심은하 김민종 최지우 고소영 박지윤(가수) 정준호 최진실 강현수 이병헌 이정재 장진영 공형진 변정수 김강우 조여정 주진모 류승수 등의 매니저로 활약
▲ 웰메이드스타엠 총괄 대표, 코엔스타즈 대표 등 역임
▲ 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회장,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부회장, bob스타컴퍼니 대표
▲ 저서 ‘스타’(2009년), ‘스타의 조건’(2018)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