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류사회’ 한주영 “연기, 끊임없이 내게 던지는 도전”

입력 2018-09-0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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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주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기회는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모델로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은 없지 않았다. 인디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웨딩 및 뷰티 화보 등을 촬영하며 카메라의 맛을 보긴 했다. 하지만 연기는 결코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영화 ‘상류사회’의 한주영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친구를 따라 녹음실을 찾았다 연기를 권유받았다. 용기를 냈다.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뒤 ‘그녀에게’ ‘우리 만난 적 있나요’ ‘저 햇살 속의 먼 여행’ 등 독립영화의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전남 완도 출신이지만 고등학교 시절은 부산에서 보낸 한주영은 덕분에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가능한 배우다. 언제든 관련 사투리 연기를 펼쳐 보일 표현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단은 거기까지였다. 아직 본격적인 상업영화의 주역으로서 가는 길은 멀었다. 숱하게 응시한 오디션에선 낙방하기 시작했다.

“내겐 자질과 재능이 없나보다.”

고민은 깊어 갔다.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럴수록 “더 해보고 싶다”는 욕구는 커져만 갔다. 다시 한번 용기를 냈고, 그렇게 만난 무대가 영화 ‘마담 뺑덕’이었다. 수위 높은 노출 장면에도 도전했지만 그건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나? 죽기 살기로 할 수 있나? 이 다음에 더 나이가 들어 후회하지 않을 만큼?”

영화 ‘상류사회’에서의 한주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한주영이 꿈꾼 것은 성공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이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찾으려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은 채, 내 스스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나선 무대가 바로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상류사회’다. 대학교수와 그의 아내인 미술관 큐레이터, 그리고 재벌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간의 위선과 부질없는 욕망을 그린 영화 속에서 그는 재벌가의 여자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도 마침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연기적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상업영화의 캐릭터도 갖게 됐다.

“방 안의 벽을 온통 포스터로 도배하고 싶었다. 하하하!”

한주영은 그래도 아직은 만족할 수 없다.

스스로 고민이 깊어가던 시절 “넌 배우가 어울린다”며 힘이 되어준 친구들의 조언처럼, “표현에 부딪힐 때마다 더 노력해야 한다. 잘 다듬어 가면 분명히 폭발할 때가 올 것이다”고 말한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의 충고와 격려처럼, 한주영은 “열심히 길을 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길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미 “이젠 다른 이미지를 찾아가는 바탕”을 마련하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럴 때 “처지고 지치지 않기 위해” 그는 “매일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테니스와 골프 등 운동을 쉼 없이 하며 땀을 흘리는 것이 그 한 방편이다.

“한때 무기력했던 시기를 지나고 그렇게 깨달았다. 우선 몸이 만들어져 있어야 연기도 할 수 있겠다는 믿음 말이다.”

배우 한주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영화 ‘치외법권’ 속 액션 장면 역시 그런 준비와 믿음으로 가능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과 대비 속에서 한주영은 또 다른 길에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내게 기회가 주어질 때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언제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날 잡고 있어야 기회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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