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신의 대리인, 메슈바(출판사 나무옆의자)’는 유다창문을 통해 한국의 목회자와 대형교회의 빛과 그림자를 차갑고 뜨겁게 들여다 본 장편소설입니다.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육십대 후반의 남자. 남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중 하나인 대성교회의 수석장로였습니다. 교회 측은 어쩐 일인지 김일국 장로의 죽음을 지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해버립니다. 유서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김일국 장로는 대성교회 목회자인 명수창 목사의 지시로 위험한 투자를 감행했다가 횡령혐의를 받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김일국 장로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은 신문사 사회부 우종건 기자의 취재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에는 몇몇의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인물들의 관계도는 자못 흥미롭습니다.
대성교회의 목회자인 명수창 목사는 새벽의 아들에서 세속의 화신으로 변모한 인물입니다.
또 다른 욕망의 자식들인 교회 장로들,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습니다.
이건호 교수와 명수창의 딸 명은미는 사제지간입니다. 정의의 사도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건호 교수와 세속적 화신의 딸 명은미의 관계는 죄와 속죄의 만남으로 읽힙니다. 이건호 교수와 우종건 기자는 행동하는 지성과 양심을 대표합니다.
소설은 대성교회의 민낯과 일그러진 자화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건호 교수의 아버지인 이원준 목사의 일화를 통해 1938년 3월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 배경과 상황을 소환합니다. 작가의 집필이 참으로 집요합니다.
“부패한 목사들은 언제나 신실한 양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먹고 자란다. 이 책이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권무언(58) 작가는 서울대와 성균관대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리더십 등 4권의 책을 썼습니다. 이 소설에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짙게 녹아 흘러내립니다. 그는 자신의 필명처럼 무언(無言)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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