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연잡] 60일 전투·당태종의 토산…‘안시성’ 어디까지 진짜야?

입력 2018-09-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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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시성’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추석연휴 두 편의 사극 영화가 개봉했다. 고구려 후기 당나라 대군에 맞선 승리의 기록인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 조선후기 쇠퇴한 왕권과 세도가의 탐욕을 땅의 기운으로 막으려는 이야기인 ‘명당’이다.

역사가 없었다면 태어나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꼭 기록에만 충실한 영화도 아니다. 역사를 뼈대 삼으면서도 각각의 인물과 설정에는 상상력이 가미됐다. 역사와 판타지의 조합인 셈이다. 때문에 영화를 보고나면 어디까지 진짜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안시성’ 제작진은 “역사에 기록된 안시성전투는 단 세 줄뿐”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심지어 그 기록에는 양만춘이란 이름도 없다. 그만큼 고증이 험난했다는 의미이지만, 한편으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를 비롯해 중국에 남은 구당서, 신당서, 조선시대 야사를 망라해 이야기를 구성했다. 총 네 차례 나오는 전투 장면은 고대전투 기록을 참조해 상상으로 완성했다. 물론 핵심 설정은 역사를 따랐다. 대표적인 내용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토산 전투. 안시성을 포위한 당태종 대군이 60일간 토산을 쌓아 공격을 시도하지만, 갑자기 토산이 무너져 안시성 군대에 기습당해 패한 과정은 기록에 남아 있다.

영화 초반 나오는 주필산 전투는 645년 고구려와 당나라가 요동 안시성 부근 주필산 일대에서 벌인 싸움. 현지답사를 통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사물(남주혁)은 극중 태학도라는 사실이 여러 번 부각된다. 태학은 왕권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고구려 국립대학이다. 고구려 철갑기병인 개마무사의 의상 역시 고구려벽화를 토대로 제작했다.

영화 ‘명당’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명당’이 다룬 1800년대 중반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숱하게 배웠고,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다뤄진 덕분에 친숙하다. 영화는 익숙한 역사에 상상을 보태 대부분 허구의 상황으로 꾸몄다. 다만 조승우를 제외한 주요 주인공은 역사에 기록된 인물들.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는 흥선군(지성)과 왕권을 위협하는 세도가 김좌근(백윤식), 김병기(김성균) 부자가 대표적이다. 특히 흥선군이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옛 가야사 터로 이장한 내용은 실화가 기반이다. 김씨 부자는 극 중 ‘장동김씨’로 등장하지만, 안동김씨를 빗댔다는 사실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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