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회현 “이름처럼 꼭 필요한 존재 될래요”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같이 살래요’에 출연한 연기자 여회현은 앞만 바라보며 매섭게 달렸다. 데뷔 초기 수차례 오디션 탈락의 아픔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보다 더 높이, 멀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KBS ‘같이 살래요’로 뜬 신예 여회현

‘연기자로 살 세월이 많으니 조급해 마’
유동근 선배님 조언이 큰 힘 됐어요
오디션 떨어지면 내 자리 아니라 생각

신인 연기자 여회현(24)과 박세완(24)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를 통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또래의 여느 20대처럼 젊음의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은 ‘같이 살래요’를 통해 단박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활기 넘치는 모습과 달리 두 사람은 데뷔 초만 해도 기회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자신감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를 얻으면 누구보다 악착같이 달려드는 법.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논다는 두 사람을 차례로 만났다.

여회현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반항이었다”고 했다. 중2 때 연기학원에 다닌다는 친구 얘기에 솔깃해 따라갔던 것이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부모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하려면 제대로 하라’며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제안했다. 고양예고를 졸업하고 2013년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진학한 뒤 2015년 ‘이브의 사랑’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제 연기자 생활 4년째인 그는 자신의 고집대로 미래를 결정했지만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여회현은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행운이 따라서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고, 의미 있게 참여한 것 같아 보람되고 뿌듯하다”며 “빨리 이름을 날리고 싶다기보다 한번 시작한 일이니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한 것보다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죠?”라며 웃는다.

신인 연기자 여회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저는 남들한테 인정받거나 누군가가 항상 찾아주는 위치가 아니다. 그래서 항상 불안하다”는 여회현은 데뷔 초에는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신인이니까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도 지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늘 쫓기면서 해왔던” 시절이었다.

“어느 순간 스스로 옥죄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 ‘지금 나는 누구를 위한 연기를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저를 믿고 내려놓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연기에만 치우쳐졌던 시간들을 이제는 저를 위해 분배하고 있다.”

‘같이 살래요’에서 아버지로 출연한 유동근의 한 마디도 여회현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그는 “연기자로서 살아갈 세월이 많이 남았으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열심히 하다보면 분명 인정받는 날이 온다고 해주셨다. 저에게 큰 힘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나아가 수없이 보는 오디션 결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디션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한두 번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하! 제가 떨어진 역할에 캐스팅된 연기자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한다. 당연히 제가 합격한 역할은 누구보다 잘했다고 믿고 싶다.”

여회현은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자신을 알리는 행동에 대해 거침없다. 다양한 사람들과 얽힐 수밖에 없는 연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솔직하고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이 때론 독이 될 때도 있지만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감정이 얼굴표정에서 드러나 숨기지도 못한다. 이런 면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그는 “뒤돌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말을 해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최대한 예의 없이 보이지 않도록 전달한다. 마음에 담아두면 집에 돌아가 후회한다”고 했다.

신인 연기자 여회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놀기 좋아하는 20대 청년”이라고 소개하며 “최대한 20대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내일 스케줄이 없을 때 무엇을 하며 지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3일 휴식이 주어지면 KTX표 끊어서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것도 좋다. 일탈의 재미가 다음 활동하는 데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쉬운 점은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대에 열심히 일하며 아깝지 않게 살았는데 연애는 아니다”고 토로하는 그는 “불규칙한 생활패턴, 여배우를 가족처럼 느끼는 성격때문인 것 같다”며 자신이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놓는다.

‘회현’이란 이름은 모일 회(會) 솥귀 현(鉉)으로, 할아버지가 ‘꼭 필요한 존재’, ‘세상의 중심이 되어라’는 의미로 지었다. 그는 “연기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나는 아직 덜 익은 것 같다. 제 연기는 항상 불만족이어서 못 보겠더라. 살면서 배워야 할 것도,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언젠가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바랐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