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엄청나다. 10월 2차례 평가전은 물론 13일로 예정된 대표팀 오픈트레이닝 참관 티켓 700장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일부 태극전사들은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9일 훈련에 앞서 미팅을 갖는 대표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뿐이 아니다. 13일 경기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예정된 A대표팀의 오픈트레이닝 입장권(700장)은 9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선착순 배분됐는데,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오픈트레이닝을 참관하는 팬들에게는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통해 입장권을 선착순 배부하게 된 이유는 지난달 예상보다 너무 많은 팬이 오픈트레이닝 현장을 찾아 혼란을 빚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티켓을 보유한 팬들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정리해 행사 당일 혼란을 최소화 했다. 이는 A대표팀 오픈트레이닝을 실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A대표팀과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에는 선수들의 귀국 스케줄과 대표팀의 훈련 스케줄을 물어보는 팬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축구협회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이러한 문의를 해오는 사례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조차 갑작스러운 A대표팀의 인기몰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시작점은 2018러시아월드컵이었다.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2-0으로 승리했다.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선수들이 투혼을 보이자 팬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2일 우루과이(서울월드컵경기장), 16일 파나마(천안종합운동장)와 평가전을 치를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사진은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맨 왼쪽)이 코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또한 월드컵에 참가했던 다수의 선수들이 선발돼 출전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화려한 공격력을 앞세워 16강전부터 승승장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A대표팀 사령탑으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을 영입한 효과도 누리고 있지만 최근 팬들이 A대표팀을 향해 보이는 반응은 단순한 관심 그 이상이다.
한 예로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는 홈경기 홍보를 위해 제작한 김문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경기 후에 별도로 수거할 필요가 없었다. 팬들이 구단으로 문의해 김문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소장용으로 다 가져간 것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김문환은 벤투호에도 선발돼 A대표팀 멤버로도 활약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특히 연령대가 어린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같다.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 수준인 듯 하다. 대표선수들이 모이면 파주 NFC에 도착하는 선물도 이전보다 대거 늘어났다. 협회 SNS에 연결된 팬도 10% 정도는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관심은 A대표 선수들만이 아니다. U-16, U-19 대표팀에 소속된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팬덤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형욱 MBC해설위원은 “9월 A매치 현장에서도 어린 여성 팬이 많이 늘었다는 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승우 등 젊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요즘 젊은 선수들은 SNS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팬들과 온라인상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니 팬들이 느끼는 거리감도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에도 월드컵 직후 대표팀이나 선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은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팬과 선수들 사이에 일정 수준의 거리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선수들이 팬들과 호흡하면서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