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욱, 넥센에 나타난 ‘미친 선수’

입력 2018-10-20 19: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6타점 신기록’ 임병욱, 넥센에 나타난 ‘미친 선수’

단기전 승리를 위해서는 ‘미친 선수’가 나타나야 한다는 속설. 기대 이상의 깜짝 활약을 선보이는 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넥센 히어로즈에 미친 선수가 나타났다. 임병욱(23)이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기록을 다시 쓰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넥센은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PO 2차전에서 7-5로 승리했다. 전날(19일) 1차전에서도 3-2로 승리한 넥센은 시리즈 2연승으로 인천행 티켓의 절반 이상을 거머쥐었다.

해결사는 임병욱이었다. 팀이 올린 7점 중 6점을 혼자 책임졌다. 한 경기 6타점은 준PO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5타점으로 2004년 안경현, 이지 알칸트라, 2009년 김동주(이상 당시 두산 베어스)가 한 차례씩 세운 바 있다.

두 번의 스윙으로 타점 6개를 쓸어 담았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임병욱은 0-1로 뒤진 4회 무사 2·3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한화 2루수 정은원의 실수로 촉발된 기회였기에 반드시 동점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임병욱은 기대에 부응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상대 선발 키버스 샘슨의 149km 바깥쪽 높은 속구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한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4회 4사구 3개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이용규의 2타점 적시타, 상대 실책을 묶어 다시 앞서나갔다.

그러자 임병욱의 방망이가 다시 불을 뿜었다. 임병욱은 5회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만든 1·2루 기회에서 한화 세 번째 투수 박상원 상대로 우중월 3점포를 때려냈다. 이번에는 몸쪽 높게 들어온 실투(143km 속구)였고, 이를 제대로 받아쳤다.

2014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임병욱은 정규시즌 299경기에 나서는 동안 연타석 홈런은 2016년 5월 8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 한 번 뿐이었다. 정규시즌 동안도 해내기 어려운 기록을 포스트시즌에서 해낸 것이다. 역대 포스트시즌 23번째 대기록이었다.

임병욱은 올 시즌 데뷔 후 가장 빼어난 활약으로 주전 중견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확고한 주전 중견수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전날 1차전서 4타수 1안타를 때려냈다. 아울러 포구에는 실패했지만 엄청난 속도와 타구판단을 보이며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떨릴 법도 하지만 본인은 덤덤하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솔직히 시즌 때와 다른 건 없다. 그냥 똑같다. 145번째, 146번째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1차전 수비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리 잘 따라가면 뭐하나. 못 잡으면 꽝”이라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타석에서 뭔가를 보여준 뒤 그때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였다. 그리고 임병욱은 불과 하루 만에 이를 해냈다. 넥센에 미친 선수가 나타났고, 플레이오프 고지가 보인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