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의 심사숙고’ KT의 5G급 의사결정, 그 미래는?

입력 2018-10-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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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숭용 신임 단장(왼쪽)-이강철 신임 감독. 사진|kt wiz·스포츠동아DB

KT 위즈의 지난 사흘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었다. 김진욱 감독 사임과 이숭용 신임 단장의 선임, 그리고 기존 코칭스태프 및 베테랑 선수단 정리 작업에 새 감독 발표까지. 적게 잡아도 3~4년의 팀 운영이 달린 일이 사흘 만에 결정됐다. 일련의 일들은 그야말로 ‘5G급’이었다.


● ‘사흘’과 ‘심사숙고’

먼저 최근 KT 행보의 타임라인부터 살펴보자. 이 단장이 ‘공식적으로’ 단장직 제안을 받은 시점은 17일이다. 하루의 고민 후 18일 아침 이를 수용했고, 바로 공식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정리대상인 코치진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상훈 2군 감독과 최태원 벤치코치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이튿날인 19일 오후에는 이진영, 김사율 등 베테랑 선수들과 면담을 가졌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위해서다. 또 같은 날에는 여러 명의 감독 후보군 중 이강철 감독을 최종 낙점했고, 이를 윗선에 보고했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 감독은 다시 하루 뒤인 20일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숭용 타격코치에게 단장직 제안이 가고, 이강철 감독을 발표하기까지 만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이숭용 단장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심사숙고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본인의 거취만으로도 정신없을 상황에서 마치 짜여진 듯 연이은 조치들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KT 안팎에서 ‘최근 구단의 광속 행보는 시즌 막판부터 정해졌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진욱 감독이 시즌 막판부터 측근들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이야 내가 지면 된다지만 일련의 흔들기는 좀 힘들다”고 토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아쉬운 발표시점

이강철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KT의 ‘제안 시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경력과 성과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강철 감독은 이미 몇몇 구단의 감독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KT로서도 이강철이라는 카드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접촉을 서두른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문제는 발표 시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요청으로 양 구단이 합의해 이른 발표를 결정했으니 이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들다. 다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종료일이 아닌 이튿날 이동일까지 단 몇 시간만 참았다면, 넥센과 한화의 가을잔치에 쏠려야 할 관심을 빼앗지 않으면서 KT의 중대사를 알릴 수 있었다. 이숭용 단장은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라는 것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발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코칭스태프 조각은 어떻게 될까

이 감독은 ‘조용한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선수단 사이의 신망이 두텁다. 1군 진입 4년 동안 제대로 된 ‘빌딩’을 해내지 못한 KT에서는 선수, 특히 투수진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KT에서도 이 점을 높게 샀다. 큰 틀에서 급한 현안은 마무리됐다. 단장과 감독 선임을 마쳤고 선수단이 나아갈 방향도 베테랑들의 정리를 통해 천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코칭스태프 조각 정도다. KT가 재계약 의사를 통보한 이 중에서 고영민 코치는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T가 발표한 마무리캠프 코칭스태프 명단에 고 코치의 이름이 빠진 이유다.

코칭스태프 인선에서 감독의 의사는 중요하다. 당연히 이강철 신임감독의 의중도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이숭용 단장의 힘도 적잖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 단장이 선수시절에만 1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던 코치가 핵심 보직을 맡고, 그와 막역한 베테랑 코치가 KT로 향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강철 감독-이숭용 단장 체제가 어떤 성과를 낼지는 현 시점에서 알 수 없다. 이들이 만년 꼴찌로 여겨지던 KT 체질개선에 성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도 있다. 구단이 표방한 목표 역시 같은 맥락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지금의 잡음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들의 행보가 매끄럽지 않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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