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현 “아시안 어거스트 열풍 체감…亞배우 한 명만 들어가는 룰 깨야죠”

입력 2018-10-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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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현이 ‘할리우드 배우’로 안착하고 있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즈 오브 울트론’을 시작으로 2017년 ‘다크타워: 희망의 탑’, 올해 11월14일 개봉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외로운 순간이 많지만 시작한 김에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문화창고

■ ‘신비한 동물사전2’ 내기니 역 수현

J. K. 롤링과 첫 만남…후광이 비쳤어요
주드 로·조니 뎁과 연기, 엄청난 경험
후속편도 참여? 그건 비밀이에요


“처음엔 다른 게 많아서 외롭고, 새롭게 적응도 해야 했다. 지금은 낯선 이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수현(33)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여러 한국배우 가운데 단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2015년 마블스튜디오 대표시리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무대를 미국으로 넓혔고, 2017년 ‘다크타워: 희망의 탑’을 거쳐 11월14일 신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신비한 동물사전2)를 내놓는다. 전 세계 메가히트 시리즈인 ‘해리포터’의 외전이자, 그보다 앞선 시대를 다룬 작가 J.K 롤링의 소설이 원작인 마법사들의 이야기다. 2016년 나온 1편은 국내서 466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11월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영화를 알리는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서는 수현은 숨 가쁜 일정을 앞두고 23일 국내 취재진과 먼저 만났다. ‘해리포터 세계관’으로 완성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리즈에 참여한 사실에 자부심을 감추지 않은 그는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든 할리우드 활동 경험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11월14일 개봉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뱀 인간 ‘내기니’ 역을 맡은 수현.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 뱀 인간 ‘내기니’ 역할…“파워와 보호본능 갖춘 캐릭터”

수현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대다수 배우들이 그렇듯, 이번 ‘신비한 동물사전2’ 역시 오디션을 통과해 배역을 따냈다. ‘어벤져스2’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자신이 어떤 영화에서, 어떤 인물에 응시하는지 알고 있었다는 사실 정도다.

수현이 맡은 ‘내기니’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뱀. ‘해리포터’에 익숙한 팬이라면 무릎을 탁 칠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다.

“오디션에서 뱀으로 변하는 모습을 연기해보라는 데, 정말 어려웠다. 감독은 촬영 때 ‘여기선 2% 정도만 뱀으로’, ‘이번엔 5%의 뱀으로’ 이런 주문을 했다. 하하! 걸음걸이부터 물건을 잡는 동작까지 뱀처럼 표현해야 했다.”

‘해리포터’ 원작에서 내기니는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가 늘 곁에 두는 뱀으로 자주 등장한다. ‘해리포터’의 인물들이 어떤 과거를 거쳐 마법의 세계를 완성했는지를 다룬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그런 내기니의 과거도 처음 그려진다. 수현은 영국에서 원작자인 J.K 롤링을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내기니가 악하기만 한 여자가 아니라 그녀만의 파워, 보호본능,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첫 대본연습 때 J. K. 롤링을 만났다. ‘해리포터’의 창조자라는 말이 딱 맞게, 후광이 비치더라. 하하! 놀랍도록 세련된 스타일, 미모의 작가였다. 겸손한 모습도 봤다.”

수현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와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톱배우들과도 호흡을 맞춘다. 에디 레드메인을 필두로 조니 뎁, 주드 로, 에즈라 미러까지 동료 명단이 화려하다. ‘어벤져스2’나 ‘다크타워’ 때도 마찬가지. 스스로도 “운이 좋은 행운아”라고 인정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주드 로, 조니 뎁의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일은 정말 멋진 경험이다. 동료이지만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그들이 대단한 스타라서 내가 더 욕심이 난다기 보다, 내가 잘해서 그들과 더 융화되고 싶다.”

배우 수현. 사진제공|문화창고


● “아시안 어거스트 열풍, 피부로 체감”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지만, 수현이 몸담은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어느 나라에서나 배우는 누군가로부터 ‘선택’받고 ‘평가’받는 직업이라고 해도, 낯선 땅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삶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현은 올해 여름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아시안 어거스트’ 열풍을 누구보다 반기면서도 깊이 체감하고 있다. 8월 미국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아시안 배우들의 아시안 스토리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로 촉발된 빅이슈를 수현 역시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미국에서 일하는 동양배우들 전부 아시안 어거스트를 반겼다. ‘블랙팬서’가 흑인을 뭉치게 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시아가 큰 대륙이지만 관심도는 각 나라마다 나뉜다. 이번 흐름을 계기로 앞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안 배역이 백인(화이트워싱)으로 교체되거나, 영화 한 편에 아시안 배우는 한 명만 들어가는 룰이 깨지길 바란다.”

수현도 ‘화이트 워싱’의 경험자다. ‘어벤져스2’를 끝내고 현지서 인지도를 쌓은 뒤에 벌어진 일이다. 그는 “내가 맡으려던 배역이 백인으로 바뀌면서 기회를 놓쳤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작품도 비난을 받았다”며 “앞으로 더 (비판의)목소리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말이 나온 김에 ‘인종 논란’에 대해서도 이어갔다. 수현이 내기니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이 공개된 직후 영국 일부 매체는 ‘아시안 인종차별’을 지적했다. ‘백인 남성의 소유물’로 해석될 수 있는 캐릭터에 아시안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문제제기다.

수현은 일련의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백인 배우가 대부분인 프랜차이즈 시리즈에서 아시안 배우가 함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동시에 논란과 지적에 따라 변화도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서 활동하는 입장에서 (아시안이)소외받고 있다는 사실에 책임감이 있다”고도 했다.

배우 수현. 사진제공|문화창고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는 총 5부작으로 제작된다. 2편에 참여한 수현이 후속 시리즈에도 참여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수현도 “모든 게 비밀”이라며 웃었다.

“외국에 다니면서 정말 외로운 순간이 많다. 어떤 땐 안정적으로 내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한곳에 머물지 않으니 결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도 한 곳에 머물 생각은 없다. 시작한 김에 계속 잘하고 싶으니까.”

수현은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향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색다른 도전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2년 전에 드라마 ‘몬스터’(MBC)를 찍는 도중 남아공에서 ‘다크타워’를 촬영했다. 그때 한 달간 남아공을 4번이나 왕복했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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