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했던 최정의 자책 “로맥에게 미안…승리해 다행”

입력 2018-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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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내 어두웠던 표정은 경기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 비로소 밝아졌다. SK 와이번스의 간판타자 최정(31)은 박정권의 끝내기 홈런 순간에야 마음을 놓았다.

SK는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10-8로 승리했다. 팽팽하던 9회 터진 박정권의 투런포가 이날 경기의 느낌표이자 마침표였다.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경기였다. SK는 1회 최정의 솔로포로 먼저 앞서갔지만, 이내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3회,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넥센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은 무사 1루에서 김강민에게 몸 맞는 공을 허용했다. 볼카운트 3B-1S에서 공이 어깨로 향했다. 김강민은 별다른 액션 없이 1루로 걸어 나갔다.

한동민이 삼진으로 물러난 뒤 최정의 타석, 브리검의 첫 3구 모두 제구가 안 됐다. 볼카운트 3B에서 브리검의 4구째가 최정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최정은 폭발했다. 배트를 땅에 던진 뒤 브리검 쪽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 즉시 넥센 포수 김재현과 3루수 김민성 등이 말리기 위해 몰려들었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올 포스트시즌 첫 벤치클리어링이었다.

4분여의 소요 끝에 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됐고, 이영재 구심은 과민 반응을 이유로 최정을 경고 조치했다. 이어 최정의 볼넷으로 잡은 1사 만루 기회에서 제이미 로맥이 삼진, 정의윤이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최정이 마음의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던 대목이다.

SK는 4회 4득점, 5회 3득점으로 8-3까지 앞섰지만 7회 5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9회 박정권의 끝내기 아치가 나오기 전까지 경기 양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경기 직후 만난 최정의 표정은 밝았다.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이다. 최정은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끊겨서 경기 내내 미안했다. 특히 로맥에게 미안했다. 내가 흥분해서 로맥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 같다. 이겨서 천만다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로맥은 손사래를 쳤다. 최정의 말처럼 “승리했는데 다른 것이 뭐가 중요한가”라는 반응이다.

최정의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정규시즌 종료 후 사흘 남짓을 제외하면 매일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치렀다. 청백전과 라이브 배팅으로 타격감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첫 타석부터 홈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정은 “운이 좋았다. 짧게 치려고 생각했는데 홈런이 나와 다행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타자들도 좋은 타이밍에서 스윙이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정과 10년 넘게 함께 한 ‘가을 DNA’ 보유자 박정권의 끝내기 투런포로 거둔 승리. 최정에게도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박)정권이 형만 믿고 가겠다”는 너스레로 인터뷰를 마쳤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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