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 두산 이강철 코치.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직후부터 이강철 코치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당시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를 맡고 있어 정중히 고사했지만 2017시즌부터 이 코치는 두산 마운드를 총괄하는 수석코치로 김태형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도 넥센에서 이강철 수석코치와 함께 큰 성공을 이뤘다.
선수시절 김태형 감독과 이강철 수석은 큰 인연이 없었다. 이강철 수석이 한 해 선배로 대학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는데 당시 김태형 감독은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훗날 고백했다.
이처럼 선배, 후배를 가리지 않고 이강철 수석은 많은 감독들에게 인기가 높은 코치였다.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선수들을 따뜻하면서도 단호하게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 수석코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어머니’ 같은 포근함으로 선수들을 품었다.
KIA 시절 선발진에서 탈락한 한 투수가 시무룩해 하자 어깨동무를 하며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선발투수만 주인공이 아니다.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누구나 주인공이다. 모든 야수가 널 믿고 응원한다.”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다. 두산 이강철 코치(맨 왼쪽).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강철 수석은 선수시절 통산 152승과 112세이브, 그리고 33홀드를 기록했다. 자신의 말처럼 특급 선발투수부터 마무리 그리고 불펜 투수까지 언제나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마운드에서 혼신을 다하고 얻어낸 ‘훈장’이다.
이강철 수석은 한국시리즈(KS)가 끝나면 KT 위즈의 감독으로 취임한다. 유례없는 ‘예고된 작별’이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겠다고 한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KS를 앞둔 이강철 수석에게 곧 다른 팀 차기 감독의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신을 낮추며 수석코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곧 타 팀 사령탑이 될 야구선배를 예전과 똑 같은 수석코치로 대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큰 예우며 큰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바른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철 수석은 ‘감독’, ‘KT’, ‘내년’등의 키워드가 대화에 나오면 황망하게 웃으며 자리를 피한다. SK와의 KS 1차전을 앞둔 4일, 잠실에서 만난 그는 짧게 “열심히 해온 선수들을 마지막까지 잘 뒷받침 하겠다”고 다짐했다. 베어스와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는 깊은 바람이이 담겨져 있다. 이강철 수석은 1차전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가장 일찍 훈련장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