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열린 한국시리즈(KS) OB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6차전에서 OB 김유동(가운데)이 9회 만루홈런을 때린 뒤 양손을 번쩍 치켜든 채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김유동은 은퇴한 뒤 야구선수의 모임인 일구회 부회장직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해 KS는 언더독의 반란이 펼쳐진 명승부였다. 1970년대 고교야구를 지배했던 대구, 경북출신으로 짜여진 삼성은 초호화 멤버를 자랑했다. OB는 대전, 충정지역 연고 선수 숫자가 적었고 서울은 우선권이 있는 MBC 청룡과 1대 2 비율로 불리한 드래프트를 해야 했다. OB는 결국 이미 실업야구에서도 은퇴한 김유동, 33세로 당시에는 은퇴시기가 훨씬 지난 노장 김우열, 윤동균까지 영입해 팀을 꾸렸다. 그러나 영원히 역사에 남는 초대 챔피언의 주인공은 OB였다.
두산 베어스는 지금도 원년 우승 팀이라는 빛나는 역사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SK 와이번스와의 KS 1차전이 열린 4일 잠실구장에서도 원년 6차전 하이라이트를 전광판에 상영하며 팬들과 함께 추억했다.
3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KBO리그의 첫 번째 KS를 화려하게 장식한 초대 챔피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초대 KS MVP 김유동은 아마추어 시절 정상급 강타자였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20대 중반 은퇴했었다.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다시 유니폼을 입었고 극적인 순간의 주인공이 됐다. 허리 부상이 악화돼 1986년 은퇴한 김유동은 사업가로도 큰 성공을 거뒀고 정치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은퇴한 야구선수의 모임인 일구회 부회장으로 지금도 유소년들에게 재능기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OB의 정신적 리더였던 윤동균 일구회 회장은 지금도 좌중을 압도하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배꼽을 잡는 입담으로 유명하다. 원년 챔피언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베어스 감독(1991~1994)이 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실업시절 최고의 홈런타자로 실업팀 감독과 프로선수의 갈림길에서 OB를 택했던 김우열은 원년 KS에서 홈런 2개를 날렸다. OB 초대 캡틴으로 리더십도 뽐냈다. 은퇴 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대행 등 지도자로 활약했다.
조범현-김경문은 베어스의 포수 왕국 36년 역사의 초석을 세운 주인공이다. OB의 우승에는 준수한 포수 2명의 탄탄한 수비능력이 숨어 있었다. 조범현, 김경문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KS 우승감독인 조범현 현 스포츠동아해설위원은 SK~KIA 타이거즈~KT 위즈 등 3팀에서 사령탑을 맡아 리빌딩 전문가라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경문 전 감독은 두산과 NC 다이노스에서 자신만의 선 굵은 야구를 펼쳤다. 2008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한국야구의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 감독이기도 하다.
당시 코치였던 김성근, 이광한 전 감독은 모두 OB사령탑에 올랐고 지도자로 한국야구에 큰 획을 그었다. 김영덕 초대 감독은 이후 삼성~빙그레 이글스에서 6차례나 KS진출을 이끌었다. 유지훤, 김광수, 신경식 등은 프로에서 코치로 많은 활약을 했다.
원년 6차전 선발투수이자 KS에서 1승 2세이브를 올린 에이스 박철순은 팀의 영구결번(21번) 주인공으로 은퇴 후 지도자 대신 사업가의 길을 선택했다. 좌완 투수 선우대영은 미국에 거주 중이다. 투수 김현홍은 은퇴 후 베어스에서 스카우트로 맹활약하며 큰 공을 세웠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