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10대 팬이 생겼어요”
말쑥한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얼굴을 알아 볼 때쯤이면 ‘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렇다고 이름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배우 김선호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를 미리 알아 보지 못한 자신의 안목을 탓할 수도 있다. 그만큼 김선호의 성장은 무섭고 놀라울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김과장’을 통해 드라마에 입문한 김선호는 당시만 해도 ‘생짜 신인’이다. 연극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안다지만, 방송가에서는 ‘누군데?’ 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무명 배우였다. 그랬던 김선호는 ‘최강 배달꾼’, ‘투깝스’ 등을 거치면서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종영된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을 통해 ‘꼭 주목해야 할 배우’로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데뷔 2년 만에 다수 관계자가 눈여겨 보는 배우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관심에 김선호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했다. “저를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정말 운이 좋았다. 운이 좋다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실 ‘김과장’도 아는 분이 드라마 오디션이 있으니 한 번 해보라고 해서 경험 삼아 응한 거다. 출연하게 될 줄 몰랐다. ‘최강 배달꾼’도 처음에는 주연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하나 보니 주연 캐릭터를 맡게 됐다. ‘투깝스’도 마찬가지다. 너무 감사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백일의 낭군님’까지 잘 되어 기쁘고 행복할 따름”이라며 웃었다.
“‘백일의 낭군님’은 정말 밸런스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궁과 송주현이라는 두 배경이 극 전개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어요. 금방이라도 사람을 때려죽일 것 같은 살벌한 궁안 분위기와 달리 사람 냄새 나는 송주현은 극적 분위기를 환기해줘요. 그런 밸런스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이 극을 보다 풍성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물론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도 빛났고요. (김)기두 형이 방송 전에 ‘이 작품은 분명 (잘) 된다’고 했는데, 정말 (잘) 됐어요. 신기해요.”
스스럼없이 어린 친구들과 소통하는 김선호지만, 그들과 연기 호흡에 대한 고민은 많다. 나이 차이로 인한 어색함 때문이다.
조곤조곤 제 할말을 이어가는 김선호에게서 ‘TMT’(수다쟁이·Too Much Talker) 분위기가 흐른다. 진중하게 무게 잡을 것 같지만, 특유의 넉살과 익살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혼자남’(혼자 사는 남자)으로 일상은 배우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김선호는 “작품 없을 때 특별히 하는 건 없다. ‘집돌이’다. 거의 집 주변에서 생활한다. 영화를 보거나 대학로 주변을 산책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본을 보고 집중하게 된다. 최근에는 ‘백일의 낭군님’ 촬영지인 경주 등에 다녀왔다. 무더운 여름에 즐기지 못했던 그 주변의 좋은 기운을 다시 받고 싶었다. 정말 좋더라”고 이야기했다.
‘백일의 낭군님’ 대박 기운을 받아 차기작을 검토 중인 김선호는 2019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KBS 2TV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에 특별 출연을 통해 옛 제작진과 인연을 이어간다. 동시에 새로운 작품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요즘 좋은 일만 생겨요. 전에는 없었는데, 절 알아보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이름은 잘 모르세요. 다들 ‘현감이다!’라고 하세요. (웃음) 전에는 또래 팬들(20·30대)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교복 입은 학생 팬들도 생겼어요. ‘날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백일의 낭군님’에서 봤다고 해요. 신기했어요. ‘경수 효과’인가 싶었어요. 저까지 관심가져 주는데 부끄럽기도 했어요.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관심받은 만큼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죠. 사람 냄새 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겠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김선호의 각오는 단단하다. 2년도 안 된 시간동안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김선호는 성공(스타)보다는 배우로서의 길을 택하고 있다. 조금 늦은 출발인 만큼 더 천천히 오랫동안 배우라는 옷에 꼭 맞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그런 김선호의 활약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