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나은의 시작은 아이돌 가수였지만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해 자신만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첫 주연영화, 흥행보단 연기 경험 중요
벌써 데뷔 8년차…‘아기’에서 여자로
외모 관리? 운동 안 하면 몸이 더 아파
나만의 페이스…느리더라도 지금처럼
걸그룹 멤버가 남성 팬들로부터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손나은(24)은 조금 특별하다. 초등학생 팬부터 중장년 남성 팬까지 연령대를 넘나든다. 주변 남자들에게 물어봐도 그렇다. 손나은의 팬임을 수줍게, 혹은 자랑스레 고백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렇다고 여성 팬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해 올해로 활동 8년째에 접어든 손나은의 앞날은 화창하다. 허리에 닿을 듯한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면서 ‘여기자들의 수다’에 나선 손나은은 걸그룹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연기자로 한 걸음 나아가는 마음을 솔직하게 꺼냈다. 20대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땐 표정이 한결 밝았다. 미모의 비결이 궁금해 묻자 ‘운동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첫 주연영화 ‘여곡성’을 내놓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차분하게 할 말 다 하는, 손나은과의 대화는 시간이 유독 빨리 흘렀다.
-2011년에 데뷔했으니 8년 차다.
“처음엔 이런(인터뷰) 자리에서 말도 잘 못 했다. 차에서 자다가 비몽사몽 나와서 일하고. 이번 영화 개봉하면서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아, 내가 정말 8년 차가 됐구나.(웃음) 인터뷰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공부하듯 답하고 있다.”
-8년이 빨리 흘렀나, 천천히 흘렀나.
“천천히. 마냥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니까. 지금? 시간이 엄청 빨리 간다. 하하!”
-남모를 어려움도 겪었나보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에이핑크가 ‘노노노’라는 곡으로 주목받기까지 3, 4년이 걸렸다.”
17살에 데뷔한 손나은은 처음엔 연예계가 몹시 낯설었다고 했다. 공부도 곧잘 하고, 반듯하게 학교생활하면서 선생님들의 관심도 받았지만, ‘프로의 세계’로 나오니 낯선 것 투성이었다. 그는 “데뷔하고 보니 1등이 아니었고, 어린 마음엔 상처도 받았다”고 했다. 거기서 멈췄다면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지 모른다. “처음 집 떠나 숙소생활을 하는데 낯설어서 울었다. 그때 어떤 팬이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선물해줘서 읽다가 매일 밤 더 울었다.(웃음)”
영화 ‘여곡성’에서의 손나은. 사진제공|스마일이엔티
-첫 주연영화 ‘여곡성’이 8일 개봉했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어떤 책임감이나 부담부터 갖고 시작하진 않았다. 개봉하고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어느 정도 감안했고 마음의 준비도 했다.”
-마음의 준비라면.
“내가 무언가를 내놓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 긴장하고 엄청 흔들린다. ‘여곡성’은 첫 주연이긴 해도, 크게 흥행을 바란다기보다 연기경력을 착실히 쌓는다는 각오가 더 컸다. 결과부터 생각하지 않고, 경험이 먼저라고.”
-첫 주연영화가 하필 ‘공포’다.
“왜? 나는 공포영화를 진짜 좋아한다. 한때 무서운 책만 골라서 읽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완전 꽂힌 뒤엔 사극도 원했다. 그런데 ‘여곡성’은 공포이고 사극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하!”
-연기는 언제부터 원하게 됐나.
“연습생 때 연기 레슨을 받으면서 연기자 연습생이 됐다. 그러다 그룹이 준비되면서 멤버가 됐고. 정말 혼란스러웠다. 연기를 시작할 땐 하고 싶은 것보단 시켜서 한 측면이 크다.”
-연기 욕심은 언제 생겼나.
“19살에 했던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때다. 선배님들 틈에 혼자 위축되고 정말 힘들었다. 막내라 더 그랬다. 멋모르고 덤볐다.(웃음) 그런 나를 여러 선배님들이 이끌어내 줬다. 다시 하라면? 못 한다. 몰랐으니 막 뛰어든 거다.”
손나은은 “나만의 호흡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걸그룹으로 무대에도 서고, 연기자로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터득한 일종의 가치관이다. 오랫동안 자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도달할 수 없는 결론이기도 하다. “처음엔 누구나 다 잘되고 싶어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조금 느리다고 해야 하나? 나만의 호흡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연기할 때도 작은 역할부터 하나씩 올라왔다. 지금도 더 잘되고 싶고, 빵 터트리고 싶고, 그런 마음은 없다. ‘여곡성’으로 스크린 데뷔한 지금도 순서대로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만의 페이스대로, 조금 늦더라도 지금처럼 가고 싶다.”
-예쁘다는 걸 처음 깨달은 때는.
“하하하! 언제지….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그럼 바꿔서, 예쁘다는 말은 언제부터 들었나.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인형처럼 예쁜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난 자연스러운 게 좋다. 메이크업 지운 얼굴이 좋고, 차려입은 것보다 편한 게 좋다. 자연스러운 내가 좋다.”
에이핑크 손나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레이드마크 ‘레깅스 패션’도 편해서 입은 건가.
“진짜 편해서 입었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그래서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운동이라면 필라테스?
“그것뿐 아니라 발레도 했고 플라잉요가부터 동생 따라서 골프도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그의 동생은 프로골퍼 손새은이다) 또 테니스도 배우고 싶다.”
-꾸미지 않는 게 좋다지만 외모 관리는 연예인의 숙명인데.
“맞다. 데뷔하고 다이어트할 땐 정말, 휴…. 샐러드와 고구마만 먹고 살았다. 그랬더니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자세도 틀어졌지.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부종도 사라지고, 자세도 좋아졌다. 이젠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더 아프다. 그런데 운동을 하니 부작용도 있다.”
-부작용?
“몸에 근육통이 없으면 어색하다. 하하! 운동 후유증으로 몸이 좀 아파야 익숙하다. 운동을 안 하면 불안하고. (김)종국 오빠도 근육통 없으면 어색하다는데, 나도 비슷하다. 종국 오빠 마음이 이해된다. 하하!”
-스트레스 해소법은.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집에만 있다. 편한 사람들이랑 지내면서. 아마 밖에서 저를 본 분들, 거의 없을 거다.”
-20대 같지 않다.
“나는 좀 재미없는 사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 이런 성격에 말주변도 없어서, 지레짐작하면서 ‘사람들이 날 좋아하지 않겠지’ 그런 생각도 하고.”
-가장 많이 놀 나이인데.
“이렇게 지나갈까봐 걱정이긴 하다.(웃음) 음주가무를 즐기지도 않으니.”
-남자들에게 대시도 많이 받은 걸로 아는데.
“데뷔하고 나서 관심의 표현들이 있었지만, 뭐랄까, 약간 철벽 치는 스타일이다. 죄송하기도 하고. 워낙 잘 어울리지 않다보니 나에 대해 ‘어렵다’는 인식이나 소문도 있나보더라. 연애도 필요한데 지금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드라마 볼 때 ‘아 연애하고 싶다’ 그러다가도 돌아서면 잊는다.”
-요즘 연애세포를 자극한 작품은.
“얼마 전 파리에 갔다가 완전히 파리에 꽂혀서 파리가 나오는 영화만 찾아봤다. ‘로스트 인 파리’가 좋았다.”
-어떤 사랑을 하고 싶나.
“사랑은 어렵다. 인간관계도. 오래 지켜보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도 아주 오래된 이들이다. 자주 만나는 사람도 정해 져있다. 연예인 친구는 거의 없다.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아보면서 친해지고, 좋은 사람이다 싶으면 아낌없이 다 내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기가 어렵다.”
-결혼하고 싶은 이상형은.
“내가 엄마와도 친하고, 친구보다 주변에 언니들이 많아서인지 자꾸만 눈이 높아진다. 결혼한다면, 아… 잘 모르겠다. 내가 뭘 하든 좋아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에이핑크 손나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만으로 24살이 됐는데, 현재 고민은 뭔가.
“경계선에 있는 것 같다. 20대의 딱 중간이니까. 데뷔할 땐 ‘아기’였는데 20대 중반이 되면서 조금씩 여자가 된 것 같다.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나이다.”
-요즘 관심사는?
“영화 ‘여곡성’이다. 그리고 혼자서 하는 여행. 혼자 여행 떠나 전부 내려놓고 편히 놀 수 있는 시간도 갖고 싶다.”
-혼자서 여행도 해봤나.
“재작년 겨울에 뉴욕에 혼자 갔다. 호텔을 예약하고 혼자 자는데 너무 무서워서 한숨도 못 잤다. 낯선 나라,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다시 혼자 떠난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
“전혀 모르는 곳보다 아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LA가 좋겠다.”
-외모든 성격이든 바꾸고 싶은 것 하나만 꼽으면.
“음….”(약 10초간 침묵)
-없는 건가.
“예전에는 성격을 바꾸고 싶었는데 이젠 아니다. 내 성격이 연예인이란 직업에 맞지 않는 것 같고, 이 길이 아닌가 고민도 했다. 지금은 단단해졌다. 자존감이 강한가봐. 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