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은퇴까지 고려한 KGC 이민재 “나는 매 경기, 매 순간이 마지막”

입력 2018-11-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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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이민재는 은퇴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선수다. 치명적인 부상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한 번 더 기회를 줬고, 이민재는 착실히 재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안양 KGC인삼공사의 포워드 이민재(31)의 왼팔은 흉터 투성이다. 팔뚝 안쪽, 팔꿈치 쪽에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민재는 지난해 5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GC와 1년 계약(보수총액 3500만원)을 체결했다. 새 팀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던 7월, 그는 한 농구 동호회에서 동호인들과 농구 중 왼쪽 팔뚝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KT에서 뛰다가 FA계약을 통해 KGC로 이적 했다. KGC는 통합 우승을 한 직후였다. 선수층이 두꺼워 연습경기에서도 뛸 기회가 없더라. 3개월 가량 거의 게임을 못 뛰다보니 어떻게든 감각이라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쉬는 날 동호회를 찾아가 농구를 했는데 그만….”

레이업슛을 시도한 그는 자신을 수비하려던 한 동호인과 부딪쳐 코트 바닥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팔뚝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뼈가 살 밖으로 나올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았다.

“뼈가 부러지고 팔꿈치 인대도 파열이 됐다. 부러진 팔은 핀으로 박아서 고정하고 인대 접합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한 의사 선생님이 다시 농구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은퇴를 이야기 하더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이민재는 2017~2018시즌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흉터투성이인 그의 왼팔은 피나는 노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KBL은 선수가 한 시즌의 절반(27경기)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FA계약 기간 소화 여부 권한을 팀에게 부여하고 있다. KGC는 이민재의 2017~2018시즌 계약기간을 소진하지 않고 1년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부상으로 1년을 보냈으니 팀에서 내보내도 할말이 없었다. 그런데 (김승기)감독님과 (김성기)국장님이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재활과 농구를 병행하며 기량을 갈고 닦아온 그에게 기회가 왔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6일 삼성과의 경기에 이민재를 선발 기용했다.

“감독님이 삼성과의 경기 이틀 전 ‘선발로 나가니까 준비하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을 수가 있었다. 이틀 간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개인 운동을 했다. 이틀을 그렇게 준비하니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내 역할은 열심히 수비하고 찬스 날 때 슛 던지는 것이니까 매 상황에 집중했다.”

이민재는 23분간 코트를 누비며 3개의 3점슛으로 9점을 넣었다. 또한 13일 LG와의 홈경기에서는 4쿼터에만 5점을 기록했으며 경기 막판 김승원과의 절묘한 2대2 플레이로 팀 승리(93-88)에 기여했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살린 것이다. 김승기 감독은 “(이)민재는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다. 잘 해낼 줄 알았다”며 기뻐했다.

“나같이 1년씩 계약하는 선수들은 내일이 없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없다. 찰나의 기회를 잡아야만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까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은퇴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이렇게 경기에 나가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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