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이민재는 은퇴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선수다. 치명적인 부상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한 번 더 기회를 줬고, 이민재는 착실히 재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이민재는 지난해 5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GC와 1년 계약(보수총액 3500만원)을 체결했다. 새 팀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던 7월, 그는 한 농구 동호회에서 동호인들과 농구 중 왼쪽 팔뚝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KT에서 뛰다가 FA계약을 통해 KGC로 이적 했다. KGC는 통합 우승을 한 직후였다. 선수층이 두꺼워 연습경기에서도 뛸 기회가 없더라. 3개월 가량 거의 게임을 못 뛰다보니 어떻게든 감각이라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쉬는 날 동호회를 찾아가 농구를 했는데 그만….”
레이업슛을 시도한 그는 자신을 수비하려던 한 동호인과 부딪쳐 코트 바닥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팔뚝 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뼈가 살 밖으로 나올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았다.
“뼈가 부러지고 팔꿈치 인대도 파열이 됐다. 부러진 팔은 핀으로 박아서 고정하고 인대 접합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한 의사 선생님이 다시 농구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은퇴를 이야기 하더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이민재는 2017~2018시즌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흉터투성이인 그의 왼팔은 피나는 노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KBL은 선수가 한 시즌의 절반(27경기)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FA계약 기간 소화 여부 권한을 팀에게 부여하고 있다. KGC는 이민재의 2017~2018시즌 계약기간을 소진하지 않고 1년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부상으로 1년을 보냈으니 팀에서 내보내도 할말이 없었다. 그런데 (김승기)감독님과 (김성기)국장님이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재활과 농구를 병행하며 기량을 갈고 닦아온 그에게 기회가 왔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6일 삼성과의 경기에 이민재를 선발 기용했다.
“감독님이 삼성과의 경기 이틀 전 ‘선발로 나가니까 준비하라’고 하더라. 가만히 있을 수가 있었다. 이틀 간 새벽, 오전, 오후, 야간으로 개인 운동을 했다. 이틀을 그렇게 준비하니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내 역할은 열심히 수비하고 찬스 날 때 슛 던지는 것이니까 매 상황에 집중했다.”
이민재는 23분간 코트를 누비며 3개의 3점슛으로 9점을 넣었다. 또한 13일 LG와의 홈경기에서는 4쿼터에만 5점을 기록했으며 경기 막판 김승원과의 절묘한 2대2 플레이로 팀 승리(93-88)에 기여했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살린 것이다. 김승기 감독은 “(이)민재는 진짜 열심히 하는 선수다. 잘 해낼 줄 알았다”며 기뻐했다.
“나같이 1년씩 계약하는 선수들은 내일이 없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없다. 찰나의 기회를 잡아야만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까 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은퇴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이렇게 경기에 나가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