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태훈은 2018 포스트시즌을 통해 탄생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팀이 필요할 때면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호투를 펼쳤다. 선배 김광현과 캐치볼을 하며 습득한 슬라이더는 김태훈의 업그레이드를 이끌어낸 요소 중 하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와이번스 불펜 필승조 김태훈(28)에게 2018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팀이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가는 길, 그는 SK의 든든한 징검다리였다.
김태훈은 2017시즌을 마친 뒤 떠난 마무리 캠프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고 싶었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을 자신의 캐치볼 파트너로 선점(?)했다.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김태훈은 2018시즌 불펜의 핵으로 떠올라 61경기 94이닝 평균자책점 3.83 9승의 성적을 거뒀다. 김광현에게서 배운 슬라이더로 재미를 톡톡히 본 덕분이다. 직구(40.1%)에 이은 제 2구종이자 결정구로 슬라이더(33.6%)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지난날을 회상한 김태훈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슬라이더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까닭이다. 14일 그는 이렇게 돌아봤다.
“2017년 재활 중이던 광현이 형과 함께 마무리캠프에 갔다. 당시 ‘나도 무기 하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슬라이더 하나를 배우기 위해 광현이 형을 캐치볼 파트너로 지목했다. 한 달 동안 계속 캐치볼을 하고,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도 원래 슬라이더를 던졌던 투수라 금방 익혀졌다. 던지는 요령만 배웠을 뿐인데, 잘 습득했다. 결국 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런데도 광현이 형은 생색 한 번 안 낸다(웃음).”
혹독한 체중 감량의 효과도 함께였다. 98㎏에서 89㎏까지 몸무게를 줄였다. 김태훈은 “몸의 회전이 빨라지고 공에 스피드가 붙으면서 구속이 증가했다”며 “지금 체중은 다시 돌아왔지만, 이미 몸의 회전 속도가 빨라진 덕분에 구속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 김태훈(맨 왼쪽). 스포츠동아DB
SK가 KS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 김태훈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시즌이었다. 그동안 꿈만 꾸던 선수 생활이었다. 시즌 내내 행복했다. ‘힘들지 않다’고 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는 것이 깊이 감춰둔 속마음이다.
이미 페넌트레이스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경기, 이닝을 소화한 그는 PS에서도 8경기 11이닝을 책임졌다. 중책을 맡은 만큼 올 시즌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PS를 치르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힘들지 않느냐”였다. 그 때마다 김태훈은 “정말 안 힘들다”며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왔다.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그는 힘들어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는 편이다. 김태훈은 “팀이든 개인이든 성적이 안 좋으면 나도 힘들다. 시즌을 치르며 죽도록 안 될 때도 있었다”며 “올 시즌 출장수가 많아 힘들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티를 내선 안 된다. 코치님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고, 슬럼프도 거의 없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KS 최우수선수(MVP)에 오르지 못한 것은 내심 아쉽다. “어머니에게 자동차를 드리고 싶었다”는 것이 아들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보다 값진 선물을 했다. 데뷔 9년 만에 ‘투수 김태훈’의 존재를 세상 널리 알렸다. 묵묵히 견뎌온 지난 세월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 김태훈과 그의 가족에게 돌아갔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