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산이 ‘페미니스트’로 연 콜로세움…혐오 불씨에 기름 붓기

입력 2018-11-16 1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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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산이 ‘페미니스트’로 연 콜로세움…혐오 불씨에 기름 붓기

래퍼 산이가 이수역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여혐vs남혐 논쟁에 다시 한 번 기름을 부었다. 최초 이수역 폭행 사건이 화제가 되었을 때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본 영상을 게재한 것에 뒤이어 ‘FEMINIST(페미니스트)’라는 음원을 공개한 것.

산이는 16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FEMINIST’(페미니스트) 곡을 공개했다. 그는 이 곡을 발표한 취지에 대해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발표한 이 곡의 가사를 보면 그야말로 논쟁거리가 가득하다.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라는 가사를 비롯해 ‘합의 아래 관계 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이 곡 안에 등장한 산이의 지적은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남성들이 주장해 온 ‘역차별’의 요소들이다. 그런 요소들을 전부 집어넣고 강남역 사건, 데이트 폭력 등을 언급하며 여성들을 핍박하는 남자들을 ‘루저’라고 지칭하며 자신과 차별화 한다.


그러나 이 곡이 공개된 후 언론과 누리꾼들은 단 한 가지의 요소에 집중했다. 군 면제를 받은 산이가 ‘여성들은 왜 군대에 가지 않느냐’는 가사를 쓴 것이 모순적이며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지극히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이다. 군 문제, 그러니까 병역 이슈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언급할 자유가 있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해보지 않은 모태 솔로 아이돌 그룹 멤버도 사랑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굳이 산이를 비판해야 한다면 곡을 발표한 시기여야 한다. 앞서 15일 배우 오초희는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수역 폭행 사건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신중하게 생각하도 행동 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산이는 이 오래된 논쟁에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몸을 사리기는커녕 유튜브로 이 곡을 발표했고 소속사 역시 개인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산이에 대해 ‘주저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이런 행보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기회주의적이며 이 소모적인 논쟁에 더 기름을 부어버린 경솔함을 지적하고 싶다.

그는 유튜브 계정을 통해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곡이 발표된 후의 결과를 보자. 오히려 혐오의 불씨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었고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이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던져줬다.

산이는 어쩌면 이 곡을 통해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변질된 페미니즘을 지적하고 남녀 간의 끝없는 대치를 끝내자는 의미로 이 곡을 발표했을 것이다.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잘못된 투척 시기와 수위를 넘은 표현이 오히려 시쳇말로 ‘콜로세움’을 여는 결과를 낳았다.

과연 스스로 ‘랩 지니어스’라고 칭하는 산이는 이런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히 알고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논란이 될 행보를 걷는 것. 우리는 그런 모습을 일컬어 기회주의라고 부른다.


이하 산이 ‘FEMINIST’(페미니스트) 가사 전문


FEMINIST (Prod.Faust)

1) I am feminist 난 여자 남자가 동등하다 믿어 봐 여잘 먼저 언급했잖아 엄마 아빠에서 엄마가 먼저 오듯 책도 한권 읽었지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 멋진 말이였어 여잔 항상 당하며 살았어 우리 남잔 항상 억압해 왔고 역사적으로도 But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건 좀 이해 안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넌 또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남녀 월급 차이가 어쩌구 저쩌구 fxxxing fake fact

야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가냐 왜 데이트 할땐 돈은 왜 내가내 뭘 더 바래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대체 왜

Oh girls don’t need a prince 그럼 결혼할 때 집값 반반 half I’m no fxxxing prince 나도 할말 많아 남자도 유교사상 가부장제 엄연한 피해자야 근데 왜 이걸 내가 만들었어? 내가 그랬어? Sister why mad? blame system Not men I am feminist

2) I am feminist 미투 운동 지지해 알지? x감독 x배우 xxx들 땜에 남자들 싸잡아 욕먹지 솔직히 but 그런 극단적인 상황말고 합의 아래 관계갖고 할거 다 하고 왜 미투해? 꽃뱀?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남잔 범죄자 x 같은 법 역차별 참아가며 입 굳게 닫고 사는데 여성부 좀 뻘짓 좀 그만하구 건강한 페미들 위해서라두 먼저 없애야해 남성혐오 워마드

거따 요즘 탈 코르셋 (huh) 말리진 않어 근데 (but) 그게 결국 다 남자 frame (what?) 기준이라니 우리가 언제 예뻐야만 된다 했는데 지네가 지 만족위해 성형 다 하더니 유치하게 브라 안차고 겨털 안 밀고 머리 짧게 짤러 그럼 뭐 깨어있는 듯한 진보적 여성 같애? Equality sex? nah that’s 열등감 man 난 니 긴머리 좋아 don’t change And I am feminist

3) 난 여자 편야 난 여잘 혐오 하지않아 오히려 너무 사랑해 문제 너포함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 있는 그대로 respect 난 절대 뉴스 기사 나오는 그런 루저가 아냐 난 절대 소리치거나 욕하거나 데이트 폭력? 난 절대적으로 인정해 남자들 잘못에 강남역 밤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자, 건배

어때 좀 다르지? It’s okay 난 위험하지 않아 난 달라 날 믿어 괜찮아 I am feminist

난 여자 편야 난 여잘 혐오 하지않아 오히려 너무 사랑해 문제 너포함 내 엄마 내 누나 내 여동생 있는 그대로 respect 난 절대 뉴스 기사 나오는 그런 루저가 아냐 난 절대 소리치거나 욕하거나 데이트 폭력? 난 절대적으로 인정해 남자들 잘못에 강남역 밤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자, 건배

어때 좀 다르지? It’s okay 난 위험하지 않아 난 달라 날 믿어 괜찮아 I am feminist.

사진│동아닷컴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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