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페미니스트’ 논란 해명 “무조건적인 혐오 타당하지 않다” [공식입장 전문]

입력 2018-11-19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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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페미니스트’ 논란 해명 “무조건적인 혐오 타당하지 않다” [공식입장 전문]

래퍼 산이가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둘러싼 논란에 해명했다.

산이는 자신의 SNS에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니다"라며 "곡을 다시 한 번 잘 들어봐 주시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내가 아니다. 이런 류의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보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남녀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사마다 뜻을 풀이하며 "내 설명이 그 친구와 혹은 그 친구와 비슷한 상처를 느꼈을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라며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다. 메갈, 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들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성평등이 아닌 일베와 같은 성혐오 집단이다.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하는 타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는다. 나머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산이가 '페미니스트'라는 곡을 발표한 배경은 '이수역 폭행사건'에서 비롯됐다. 해당 사건은 남녀대립, 혐오의 문제로 번졌고 산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수역 폭행사건 동영상을 게재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그는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며 신곡 '페미니스트'를 발표했고 래퍼 제리케이와 디스곡으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산이 글 전문>

안녕하세요. 산이입니다.

사실 글을 쓰면 변명이나 해명처럼 들릴까봐 상황에 따라 바뀌며 소신도 없냐는 소리 들을까봐, 저는 작품을 내고 판단은 대중의 몫이기에 누군가 곡의 의미를 알고 분석해주겠지 그냥 가만히 있자, 이게 제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오랜 팬인 친구가 저를 10년간 지지하고 믿었는데 팬으로 살아온 시간이 후회된다고 배신감을 느낌다고, 이게 정말 오빠 생각이냐고 오빠가 깨닫고 저건 아니라고 제발 말해달라는 글을 보고 제가 어떻게 보이는 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닙니다. 곡을 다시 한 번 잘 들어봐 주시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류의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봅니다.

남여 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다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제 설명이 그 친구와 혹은 그 친구와 비슷한 상처를 느꼈을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화자는 남자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남자가 이렇다는 이야기 또한 아닙니다.

이성적인 남녀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합니다. 메갈, 워마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들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성평등이 아닌 일베와 같은 성혐오 집단입니다.

우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타겟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여자로 사는 게 두렵고 무서운 매일을 견뎌야한다는 여자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며 또 공감합니다. 제가 여성 성별이 아니기에 다시 태어나 여성 성별을 갖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남자들 역시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범죄를 두려워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모든 남성을 공격해야하는 타당한 이유는 결코 되지 않습니다. 미안해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 나머지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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