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혜수 “‘국가부도의 날’, 반드시 만들어져야 했던 영화”

입력 2018-11-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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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김혜수 “‘국가부도의 날’, 반드시 만들어져야 했던 영화”

배우 김혜수가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대한민국을 살았던 국민들은 물론 그 이후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이번 영화는 필람 영화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이라는 인물을 맡았다. 이는 김혜수가 공부를 해야 할 것들 역시 상당했을 터. 김혜수가 ‘국가부도의 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제가 경제에 대해서 잘 알아서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연을 결심하면서는 두려움도 많이 들었죠. 각오도 많이 필요했고요. 피해갈 수 없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으니까요.”

그의 말대로 반드시 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이라는 직책에서 나올 수 있는 전문성부터, 뱅상 카셀과의 연기를 위해 영어대사까지 소화해야했기 때문.

“제일 큰 과제였어요. 당연히 해내야하는 과제 같은 거였죠. 말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야 했어요. 저에게는 어려운 경제 용어와 영어 대사의 양이 같았거든요. 둘 다 생경한 말이었고요. 경어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어요. 말에 대한 부담이 없어야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건 전제된 숙제였어요.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현장에 못 나가는 거였고요. 작품 결정이 되고 2주 후부터 실질적인 연습과 수업을 했어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죠.”


김혜수는 평소 영어를 잘 구사하기로 알려진 배우다. 다른 방송에서도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스크린에서 김혜수가 영어로 대사를 하는 것도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다.

“저는 영어를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야기를 하는 거죠. 틀려도 이야기를 하고, 고쳐달라고도 말해요. 제 언어가 아닌데, 의사를 소통하는 게 중요한 거지 완벽한 문장은 그 다음인 것 같아요. 외국에 가서 한 달 이상 산다고 했을 때 크게 당혹하지 않을 정도죠.”

하지만 경제 용어는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경제에 관심이 크다고 해도,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대사로 구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을 터. 또 단순히 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어서 완벽히 이해하고 대사로 말하는 것이 어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말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하지만, 단어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했어요. 실제 당시 경제 상황ㅇ을 어느 정도 알아야 했고요. 당시 경제 상황을 전문가적 시점에서 정보들을 취합하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요. 저는 경제적으로 일반적으로 제 또래보다 (정보가) 취약했어요. 제작팀에 강의를 요청할 때도, 당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교수님이 아니라 초보 이하의 강의를 부탁드렸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재밌었고요.”


그렇게 김혜수도 어려움을 겪었던 경제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힘듦은 배가 됐을 것이다. 자신이 그 용어들을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관객들에게도 이해를 시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말의 구성 자체가 굉장히 전문적인데, 어쩌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전면이었어요. 그러면 이 캐릭터를 따라가기도 전에 힘들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안 따라가게 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그 수위 조절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최대한 쉬운 말을 찾으려고 했고요. 진심이 담길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저의 목표였어요. 그런 식으로 안배해서 했고요.”

‘국가부도의 날’은 20년이 지난 IMF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게만 하는 영화도 아니다. 김혜수가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오래되지 않은 현대사를 짚어보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공감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우리의 생각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의미한 대화들이 오갈 수 있는 영화임에는 분명해요. 누구나 경험이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공통분모도 있을 거고요. 그 시대의 세대가 아니라고 해도 IMF의 실체에 대해 조금은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시사회 당일 제 조카가 와서 이 영화를 봤어요. 초등학교 6학년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아빠한테 물어보면서 집에 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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