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홈 고별전이 남았지만 마지막 원정이다. 모든 것이 슬프다. 클럽하우스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끝나간다. 10년 이상 함께 한 이들과 이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별을 고하고 바로 떠나야 하는데, 한 달을 더 머물고 있으니…. 시즌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마침 원정 팀 대기실에는 포항 특산물 과메기가 포장돼 있었다. 한 지역 팬이 최 감독에게 전달한 선물이었다. 그래도 냉정한 프로에서 감정은 잠시 잊어야 했다. 고독한 승부사들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당당한 싸움이다.
포항 최순호 감독. 스포츠동아DB
특히 포항 최순호 감독은 공인된 ‘전북 킬러’다. 대부분은 전북만 만나면 꼬리를 내리지만 포항은 다르다. 올 시즌 전북이 앞서 당한 4패 가운데 두 번의 충격을 안겼다. 5월 3-0에 이어 8월 5-2 대승을 거뒀다. “전북의 패턴을 잘 읽는다”고 자부하는 최순호 감독이 강원FC를 이끈 2009~2010년에도 2승3패로 팽팽했다. 맥없이 무너진 건 3전패의 지난해가 유일했다.
이날도 그랬다. 뜨겁고 치열하게 부딪혔다. 최종 스코어는 1-1. 전북 로페즈가 후반 13분 페널티킥(PK)으로 장군을 불렀지만 포항 김지민이 종료 직전 동점골로 뽑았다. 공교롭게도 김지민이 PK를 내준 장본인이었기에 훨씬 드라마틱했다. 승리 아니면 패배만 있었던 최씨들의 역사(7승4패 최강희 우위)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누구보다 당당한 90분이었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