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집안’ 전남, 프로 수식이 과분한 그들의 강등은 당연했다

입력 2018-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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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드래곤즈 골키퍼 이호승(오른쪽)이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홈 37라운드에서 1-2로 패한 뒤 동료 김영욱을 위로하고 있다. 전남은 이날 패배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2 강등이 확정됐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남 드래곤즈가 창단 24년 만에 치욕적인 강등을 당했다.

전남은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1 홈 37라운드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승점 32로 최하위에 머물며 남은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K리그2 추락이 확정됐다.

마지막까지 무기력했다. 생존에 대한 의지도 열정도 전혀 없었다. 공허한 눈물만 남았다. 유감스럽게도 축구계는 전남의 강등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최근 수년간 추락을 거듭하면서 위상을 잃었던 터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떨친 단기전도, 장기 레이스도 맥을 추지 못했다.

선수단 구성부터 비정상적이었다. 현장이 간절히 전력 보강을 희망했지만 구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올 초 부임한 유상철 감독은 자신이 원한 스쿼드를 구축하지 못했다. 원활한 시즌 운영을 위해선 1군 이상으로 탄탄한 백업이 필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즌 초부터 부상자가 쏟아졌다. 외국인도, 토종도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 전남은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월드컵 휴식기, 여름이적시장마저 그냥 흘려보냈다.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직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쪼개져 사무국을 운영했고, 이같은 아마추어 행정을 지켜본 축구 인들이 “일부러 강등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한심했다.

일각에선 모기업(포스코)의 ‘허리띠 졸라매기’ 여파로 바라보나 전남은 똑같은 지원을 받는 ‘형제’ 포항 스틸러스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전직 직원이 공금을 유용했다는 뒤숭숭한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동일한 문제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선 모기업 차원의 엄격한 내부 감사와 정비가 필요하다.

전남 김인완 감독대행.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허술 행정의 하이라이트는 지휘관 교체였다. 전남은 유 감독이 떠난 자리를 김인완 전력강화팀장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앉혔다. 성적이 안 좋을 때면 구단이 가장 쉽게 택하는 작업이 사령탑 교체다. 절체절명의 상황, 검증된 지도자를 데려와도 부족할 판에 전남은 골든타임을 또 한 번 놓쳤다. 아니나 다를까. 김 대행도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FA컵 4강에 올라 자존심을 되살릴 기회를 얻었으나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팀 구성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전남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모든 구성원이 무기력했다. 프런트도 선수단도 프로에 어울리지 않았다. 일찍이 들려온 경고음을 무시했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남을 사람들만 불쌍해졌다. 밑바닥부터 처절히 다지지 않으면 K리그1에 복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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