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 이승진(23)은 자신을 설명할 한 단어를 찾고 있다. 이는 곧 팀 내에서 맡게 될 역할, 투수로서의 색깔 등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함께하며 특별한 수식어 하나를 얻었다. 포스트시즌(PS) 내내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단 한차례의 등판 없이 우승반지를 받아 ‘반지 도둑’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이승진은 자신의 별명을 ‘파프리카’라고 소개해왔다. 반으로 잘라놓은 파프리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야구장에서 불리기엔 다소 멋쩍은 단어다.
이를 두고 이승진은 “요즘엔 반지도둑과 파프리카를 합쳐 ‘대도 파프리카’라고도 불러주시더라. 귀엽지 않나”라며 장난스레 웃으면서도 “경기장 전광판에 선수들마다 별명이 나온다. (정)영일이 형은 구원대장, (김)태훈이 형은 좌완 다크호스다. 다른 형들은 다 야구와 관련된 별명이 소개되는데, 나만 파프리카다. 지금이야 어리니까 괜찮지만, 나중에 32살이 되어 마운드에 올라갈 때도 파프리카라는 별명이 나오면 부끄러울 것 같다. 야구를 잘해서 야구에 관한 별명을 얻고 싶다”고 했다.
마운드 위에서 제 기량을 펼쳐보여야 가능한 일이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승진은 시즌을 마친 뒤에도 곧장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로 넘어가 훈련에 매진했다. 새로운 구종으로 포크볼을 연마했고, 와인드업·세트 포지션을 취할 때 동일하게 힘을 쓸 수 있도록 폼을 재정비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승진은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커브는 어쩌다 하나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는 구종이었다. 이제는 10개를 던지면 5개 이상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수준으로 좋아졌다”며 “직구와 커브를 던지는데, 내세울만한 것이 커브뿐이다. 여기에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어야 결정구로 쓸 때 좋다. 슬라이더는 대략의 느낌을 알고 있지만, 포크볼을 몰라 배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진은 SK가 선발직을 염두에 두고 공들여 육성중인 자원이다. 10월 11일 두산 베어스와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 선발(5이닝 1자책점)로 내세워 가능성을 확인했다. PS에서 이승진에게 등판 기회가 돌아가지 않은 배경에는 가을무대에 대한 긍정적인 첫 기억을 남겨 주고자하는 벤치의 의도도 깔려있었다.
SK에서 5명으로 꾸려지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두 명에 김광현~박종훈~문승원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토종 선발진이 버티고 있다. 이승진도 “쉽진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잘 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SK에는 유망주 투수가 많다. 나이도 비슷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큰 자극이 된다. ‘안주하거나, 방심하면 안 되겠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며 “특히 강속구 투수가 많다. 전부 150㎞ 이상을 던진다. 1군 엔트리에 들기 위해선 제구력은 기본적으로 좋아야할 것 같다”고 했다.
어깨너머로 KS 우승이란 값진 경험을 했다. ‘반지도둑’으로 시작한 이승진은 우승청부사로의 화려한 진화를 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