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여자배구 수요일 동시편성은 바뀔 수 있나?

입력 2018-12-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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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김천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많은 배구팬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요즘 V리그 팬들의 최대불만은 수요일 오후 7시 여자배구 2경기 동시편성일 것이다. 지난 19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어느 팀의 단장이 수요일 2경기 편성의 변경 가능성 여부를 언급하기는 했다. 물론 공식 안건은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시즌에는 여자부 수요일 동시 2경기 편성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팬들은 불만이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정이 많아서다. 팬들은 어떤 판단과 과정을 거쳐 여자배구의 수요일 동시 2경기 편성이 결정됐고 시즌 도중에는 일정 변경이 정말로 어려운 일인지 궁금할 것이다.


● 여자배구 수요일 2경기 동시편성의 탄생의 배경

여자부의 일정 독립은 몇 시즌 전부터 여자구단들이 계속 원해왔던 일이었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자배구의 종속변수로 여겨졌던 여자팀들은 IBK기업은행의 출범 이후 몇몇 팀들이 독립 연고지에서 단독개최 경기를 하며 역량을 축적해왔다. 도로공사의 성공사례도 독립요구에 큰 힘이 됐다.

여자구단들은 관중편의를 위해 평일 7시 경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결국 2018~2019시즌 처음으로 남녀부 모든 주중경기가 7시로 통일됐다. 남은 것은 일정조정이었다. 주중 동시편성은 불가피했다. V리그는 한 라운드에 남녀 36경기가 벌어지는데 이를 4번의 주말이 포함된 24~25일 사이에 소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주말 8일간 남녀 16경기를 치르고 남은 주중 16~17일 사이에 20경기를 배정하는 방법을 쓴다. 여기서 KOVO는 리스크 관리를 먼저 생각했다. 여자배구의 인기를 확신할 수 없었던 KOVO는 남녀부 경기가 동시에 열릴 경우 시청률에서 큰 격차가 날 것을 우려했다.

이번 시즌 시청률에서도 확인됐듯 아직까지는 남자경기의 시청률이 여자경기보다 앞선다. 매스미디어의 관심도와 뉴스생산 숫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수요일 여자부 2경기 동시편성이었다. NFL의 ‘먼데이나잇풋볼’처럼 수요일을 아예 여자배구의 날로 만들어 팬들에게 더 많은 접족기회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탄생한 동시편성이었다.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2018-2019 도드람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김천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열렸다. 스포츠동아DB


● V리그 시즌 일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확정되나

KOVO의 실무진이 정한 일정은 각 팀의 검토를 거친다. 모든 팀들은 사전에 나눠준 일정을 놓고 분석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기 팀의 유불리 여부다. 주중 주말 경기의 배분과 경기 사이 휴식일의 편차 등을 고려한다. 이 과정을 거쳐 모든 팀들의 불만요소를 수정한 뒤 이사회의 정식안건으로 올려 시즌 일정을 확정한다. 이번 시즌 일정을 정하는 이사회 때도 여자부 동시 2경기 편성을 놓고 이론은 있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과시켜줬다. 시즌 데이터를 보고 다음 시즌에는 새로운 일정을 정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자배구의 잠재력을 누구도 몰랐지만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여자배구 구단관계자와 KOVO도 놀랄 만큼 여자배구의 인기가 치솟았다.

3라운드까지 남자부 평균시청률은 1.03%, 여자부는 0.8%를 기록했다. 수요일 여자부 2경기의 통합 시청률은 1.2~1.3%를 유지했다. 주말 시차를 두고 열리는 남녀경기의 시청률 합계는 1.8~2.0% 수준이다. 대진카드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큰 편차는 없다. 그만큼 각 여자팀의 경기에 관심을 가지는 충성스런 팬들이 많아졌고 남자 여자 모두 시청률이 상승추세다. 여자부 연고지의 주말 뿐 아니라 평일 관중도 기대 이상으로 늘었다. 한마디로 배구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여자부는 모두의 생각 이상으로 경쟁력이 높았다.


● 왜 시즌 도중에 여자부 일정변경이 어려운가

우선 원칙의 문제다. 한 번 정해진 일정이 시즌 도중에 바뀐 적은 V리그 역사상 없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정과 규정은 시즌 도중에 바꿔서는 안 된다. 또 팬들에게 주는 혼선도 생각해야 한다. 3라운드까지 반복을 통해 겨우 익숙해진 수요일 여자부 2경기 패턴을 지금 바꾸면 팬들이 더 불편해질 가능성이 크다. 남자프로농구(KBL)는 이번 시즌 경기개시 시간을 30분 늦췄는데도 홍보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만일 지금 여자부 경기일정을 바꾸면 새로운 일정을 알리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각 구단이 애써서 해온 일정홍보가 거품이 되고 새로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일정변경은 방송사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주관방송사인 KBSN과 SBS스포츠가 중계일정과 역할을 이미 분담했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선수들의 훈련과 이동 및 각 팀에게 공평하게 줬던 휴식일의 균형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교하게 짜여진 일정에 변화를 주면 팀별로 유불리가 생기는데 이를 시즌 도중에 다시 완벽하게 맞추기는 힘들다.

경기장을 빌리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각 팀이 사용하는 경기장은 시즌 전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정했는데 이를 바꾸면 경기장 대관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GS칼텍스가 사용하는 장충체육관이 가장 문제다. 이런 다양한 문제 때문에 시즌 도중에 여자부 경기일정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KOVO는 이번 시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에는 여자부 주중경기를 화수목요일에 분산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남자부 경기는 일주일 내내 벌어지거나 월요일만 쉬는 방안을 생각중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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