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제작 메가몬스터) 스토리 중심축은 아동학대 가해자만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다. 극중 주요인물들과 시청자들은 치밀한 스토리 속에서 단서를 찾고 이를 통해 연쇄살인사건 진범 ‘붉은 울음’을 쫓는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 아동학대를 극 전면에 내세웠고, 잔혹한 심각성을 일깨우며 ‘문제작’으로 불려왔다.
지난 3일 방송된 ‘붉은 달 푸른 해’ 25~26회에서는 그토록 찾아 헤맸던 붉은 울음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은호(차학연 분)였다. 그리고 이은호를 연쇄살인범으로 만든 것은 아프고 슬펐던 아동학대의 기억이었다.
앞선 방송에서 한울센터 원장 송호민(김법래 분)이 붉은 울음의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강지헌(이이경 분)은 어딘지 허술한 송호민이 붉은 울음일 리 없다고 의심했다. 이런 가운데 차우경(김선아 분)은 송호민도 모자라 송호민 아버지인 ‘큰 원장님’ 송재학에게도 지속적으로 폭행 당하는 이은호를 목격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든 이은호가 송재학 가족에게서 멀어질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은호의 행동이 수상했다. 송재학의 곁을 지켰고, 송재학에게 “원장님보다 큰 원장님이 더 나빠요”라며 차갑고 서늘한 말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자기 짐을 모두 정리해 한울센터를 떠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며 향한 곳은 ‘큰 원장’ 송재학 집이었다.
송재학이 있는 서재로 들어선 이은호. 그는 책장 가득한 시집들을 꺼내 한 장씩 찢었다. 송재학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이때 송재학의 집을 찾아온 차우경은 이은호를 보고 심상치 않은 상황을 감지했다. 경찰과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붉은 울음에 대해 이은호가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시 송재학 집으로 돌아온 차우경은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했다. 송재학이 입 한 가득 종이를 문 채 사망해 있었던 것. 그 순간 이은호가 들어와 “좋아하시는 시, 많이 드시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은호가 송재학을 살해한 것이다. 그때 이은호가 붉은 울음임을 알아챈 강지헌이 차우경에게 연락했고, 이은호는 차우경을 인질 삼아 어릴 적 자신이 버려진 곳으로 도주했다.
이은호는 차우경에게 그 동안 벌어졌던 연쇄살인사건들을 하나 하나씩 곱씹으며 설명했다. 출소한 박지혜, 노숙자 미라여인, 개장수 고성환(백현진 분), 투신자살한 민하정까지. 이은호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느낌보다 아이들을 구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며 차갑게 말했다. 언제나 말간 표정으로 웃음 짓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의 눈빛에는 무서우리만큼 잔혹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자신이 버려진 곳에 도착한 이은호. 강지헌을 비롯한 경찰들이 당도했고, 이은호는 차우경에게 총을 겨눴다. 차우경은 이은호에게, 당신도 결국 살인자라는 것을 처절하게 알렸다. 이은호는 그제야 차우경에게 ‘녹색 소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말라고,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자신의 삶처럼 지옥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때 총소리가 탕하고 울렸고, 이은호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은호는 어릴 때부터 큰 원장 송재학에게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을 당해야 했다. 이 학대의 기억과 아픔들은 어린 시절 이은호의 몸과 마음을 지배했고, 성인이 된 그의 머리까지 물들였다. 학대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던 아이는 비뚤어진 성장 과정으로 인해 순수함을 잃고 살인자가 됐다. 아동학대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사회를 얼마나 슬프게 망쳐버릴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연쇄살인범 붉은 울음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러나 살인범을 잡았다는 희열보다 큰 충격, 그보다 더 큰 슬픔과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척 넘어갔던 ‘아동학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붉은 달 푸른 해’가 왜 문제작인지, 왜 꼭 봐야만 하는 드라마인지 명확히 입증됐다.
한편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