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의 완패로 저물어가는 2019년 FA 시장

입력 2019-01-29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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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KBO는 지난해 9월 이사회를 통해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몸값 한도를 4년 기준 최대 80억원으로 묶는 ‘FA 상한제’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제안했다. 과도한 보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FA 등급제와 FA 자격취득기간 단축 등도 덧붙였다. 선수협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2019년 FA 시장이 열릴 때까지 논의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FA 상한제의 경우 구단간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대타협’이 무산된 가운데 문을 연 2019년 FA 시장이 어느덧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28일 투수 금민철이 원 소속구단 KT 위즈와 2년 총액 7억원에 계약하면서 시장에는 6명만 남아 막바지 양자택일을 고민하고 있다. 계약자는 총 9명이다. 2019년 FA 권리행사를 선언한 15명 중 60%다.

2019년 FA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선수협의 ‘완패’라고 평가할 만하다. FA 상한제에 대한 거부감과 경계감 때문에 제도 전반의 개선을 위한 협상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한 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스프링캠프가 임박했는데도 40%는 아직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고, 9건의 계약 내용을 뜯어봐도 FA 거품 빼기에 나선 구단들의 완고한 의지가 상당수 관철된 것으로 해석된다.

‘빅3’로 분류된 양의지(4년 125억원·NC 다이노스)-최정(6년 106억원)-이재원(4년 69억원·이상 SK 와이번스)은 예상대로 시장 초반 일찌감치 목돈을 챙겨 철수했다. 이 가운데 심한 거품의 사례로는 이재원을 들 수 있다. 69억원 전액을 보장금액으로 확보했는데, 계약 직후부터 공격형 포수에게 ‘과다지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정의 경우 총액이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연평균으로 따지면 17억6700만원 가량이어서 당초 KBO가 제시했던 FA 상한제의 틀 안에 들어간다. 2019년 시장의 최대어였던 양의지는 FA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선 불가피했던 계약으로 평가된다. ‘빅3’로 한정하면 선수협과 KBO의 대결은 ‘무승부’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 FA들로 가면 양상이 확 달라진다. 선수협과 KBO가 FA 제도 개선을 놓고 샅바싸움을 펼치는 과정에서 중소형 FA들이 최전방으로 내몰려 한파를 실감했다. 계약 총액이 확 줄어든 가운데 특히 옵션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계약이 속출했다. 한화 이글스와 송광민은 2년 총액 16억원 중 8억원, 삼성 라이온즈와 김상수는 3년 총액 18억원 중 4억5000만원의 옵션을 연결고리로 계약했다. 금민철의 2년간 옵션 총액 또한 3억원이다.

이런 형편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KBO와 구단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FA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선수협에 필요하다. 선수협이 극소수의 대변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절실한 태도일지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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