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7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약 85억원)이 단 한 명의 깜짝 등장으로 들썩이고 있다. 주인공은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46)이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드라이버 스윙 동작으로 전 세계 골프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최호성이 마침내 미국 본토에 상륙한다. 정상급 프로골퍼들은 물론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두 모이는 페블비치 프로암을 통해 중심 무대로 들어선다.
최호성은 지난해 자신의 스윙 영상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피니시 동작에서 마치 낚시꾼처럼 몸을 비틀며 클럽을 낚아채듯 들어올리는 장면은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카시오 월드 오픈 우승을 통해 실력까지 인정받으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이에 많은 골프팬들 사이에서 “최호성을 PGA 투어 정규대회로 초청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PGA 투어 측이
지난달 최호성을 정식 초청하면서 낚시꾼 스윙의 미국 상륙작전이 성사됐다.
낚시꾼 스윙을 현장에서 보게 된 PGA 투어와 현지 골프팬들 그리고 프로골퍼들은 벌써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호성을 향한 애정을 표출하고 있다. 라이언 러플스(21·호주)와 행크 레비오다(25·미국) 등은 연습라운드 도중 최호성과 찍은 사진을 자신들의 SNS에 올리며 신기함을 드러냈다. 사진 아래에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드디어 나의 아이돌인 최호성을 만났다“는 천진난만한 소감도 곁들였다.PGA 투어는 한 발 더 나아가 최호성의 생애를 직접 다루기도 했다.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최호성을 알게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호성이 1973년 경북 포항에서 낚시꾼 아버지와 해녀 어머나 사이에서 태어났고, 수산고 재학 시절 참치를 해체하는 현장학습에 임하다가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 마디를 잃었고, 25살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내용 등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PGA 투어가 이처럼 선수 한 명의 일대기를 다룬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꿈에 그리던 골프 본고장 데뷔를 이룬 최호성은 개막을 앞둔 지난달 26일 미국에 도착해 열흘간 현지 적응훈련을 모두 마쳤다. 정계와 재계, 연예계, 체육계 등에서 모인 전 세계 유명인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필드 위의 낚시꾼은 이번에도 월척을 낚아 올릴 수 있을까.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