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사진제공|KOVO
현대캐피탈은 7일 한국전력전과 11일 KB손해보험전에서 연이어 패했다. 승점 1도 얻지 못한 ‘충격패’였다. 각각 7위와 6위를 상대로 나온 결과라 타격은 몇 배 더 크다. 덕분(?)에 대한항공(승점 57)은 현대캐피탈(승점 56)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여기에 우리카드도 한 경기 이내로 두 팀과 대치 중이다. 하루아침에 선두가 바뀔 수 있는 정국이다.
‘대어’를 잡은 KB손해보험은 5라운드를 5승1패로 마쳤다. 승률 1위다. 우리카드에만 패했을 뿐,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을 연이어 잡았다. 시즌 말미에 고춧가루 부대가 등장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으로 선두권 팀을 잇달아 잡은 팀은 찾기 힘들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제공|KOVO
상위권 팀들은 심리적 부문에서 원인을 찾는다. 성적 부담은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이 경우 몸도 무거워진다. 몸과 마음이 부담에 짓눌리면 코트 위에서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하루하루 살얼음판 순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그 부담을 내려놓고 밝은 분위기로 훈련하고 경기해야 제 기량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기량, 체력만큼이나 멘탈 싸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봄 배구가 멀어진 팀들은 이제 다음 시즌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패배의식을 걷어내야 한다. 순위와 무관하게 지금 많이 이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담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다음 시즌을 위해 독기를 품고 덤벼들 수밖에 없다. 최태웅 감독은 최근 2연패 원인을 바로 이 ‘입장 차이’라고 진단했다.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마찬가지다. KB손해보험 황택의는 “솔직히 고춧가루 부대라는 말이 기분 좋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초반에 못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의 2019~2020시즌은 이미 시작됐다는 각오로 뛴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서재덕 역시 “초반은 안 좋았지만 마무리라도 잘해야 한다. 지금의 좋은 마무리는 분명 다음 시즌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