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이 뛰어난 신인들의 등장으로 실력을 우선시하는 무한경쟁 체제가 경륜에서 자리 잡으면서 선수의 친분과 연대를 통한 전술이 차츰 퇴조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라인을 무너뜨린 특급 신인들
라인 흐름이 점차 퇴색하는 것은 특급 신인들의 등장과 맞물린다. 과거에는 신인들이 축 선수 앞에서 등수와 상관없이 전력을 다해 경주를 주도했다. 기존 강자들은 이렇게 무작정 앞으로 치고 나서는 신인들을 상대하기가 편해 친분이나 라인 선수를 배려할 여유가 있었다. 그만큼 축 선수의 의지가 경주 결과에 많이 반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선발·우수급에서 특선급 톱클래스 수준의 선행력을 가진 신인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1기 정하늘, 22기 양승원은 경주 관행에 변화를 몰고 온 대표적인 신인급 선수들이다. 선발급에서 데뷔전을 치른 정하늘의 기량은 충격적이었다. 6경주 연속으로 선행을 했는데 200m 평균 시속이 11초 35. 그를 따라가다가 다리가 풀려버리는 상황에 놓인 선발급 기존 선수들은 변화의 파도에 그대로 휩쓸렸다.
양승원은 이런 정하늘의 계보를 이은 후속 주자다. 선발·우수급 강자들을 위협하며 본인 전법 위주의 경주를 펼쳤다. 결국 경주의 중심이 힘 좋은 신인들로 바뀌었다. 인지도 높은 기존 강자들로서는 신인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크게 고전할 수 있어 라인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
● 실력 위주로…혼전이라면 연대 협공
최근 경륜은 종합득점을 기준으로 한 실력 위주로 자리 잡는 흐름이 강하다. 물론 각 급별 결승이나 편성 자체가 혼전이면 종합득점과 인지도를 배제한 연대 협공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기량과 인지도 차이가 크지 않은 구도에서는 협공을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3,4위권으로 밀리는 선수가 협공을 통해 가장 강한 선수를 제압하는 모습을 결승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S급 강자들은 평일 경주에서도 종종 지역 연대를 펼친다. 수도권의 정종진과 정하늘, 충청권의 황인혁과 김현경, 경남권의 이현구와 성낙송 정도의 선수들은 경주 흐름을 압도하는 과감한 연대플레이로 다른 선수들을 주눅 들게 만든다.
‘경륜뱅크’ 배재국 예상팀장은 “경륜은 이제 무한경쟁 체제다. 친분과 연대를 떠나 실력이 최우선이고 선수 간 라인, 연대에 의미를 두는 것은 과거의 산물이다”며 “이제는 기량과 인지도에 따른 줄서기로 대부분의 경주가 시작되는데, 다만 혼전 구도나 결승이라면 라인 협공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의 활약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라고 조언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