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여성 지도자의 선구자,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입력 2019-02-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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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의 전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는 여성 농구지도자들에게 주어진 편견을 깨고, 앞장서 후배들의 길을 열어준 선구자다. 위성우 감독을 도와 우승 청부사로 떠오른 그는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두고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스포츠동아DB

‘한국여자농구의 전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는 여성 농구지도자들에게 주어진 편견을 깨고, 앞장서 후배들의 길을 열어준 선구자다. 위성우 감독을 도와 우승 청부사로 떠오른 그는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두고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스포츠동아DB

여자프로농구는 ‘우리은행의 시대’다.

‘우리은행 시대’의 시작은 2012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부임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우리은행은 4시즌 연속 최하위 팀이었다. 4시즌 동안 거둔 승수가 단 28승이었다. ‘지는 것이 당연했던’ 팀이 단숨에 정상에 올랐고 6시즌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우리은행 시대 이전 여자프로농구는 ‘신한은행 천하였다. 공교롭게도 위 감독과 전 코치는 신한은행에서 수석코치와 선수로 6년, 수석코치와 어시스턴트 코치로 1년간 호흡을 맞췄다. 둘은 우리은행의 감독, 수석코치로 함께 부임하자마자 또 다시 리그를 평정했다. 여자프로농구가 단일시즌으로 펼쳐진 2007~2008시즌부터 지난시즌까지 오로지 1위만 경험했다.

12번의 통합우승. 그 사이 위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 했으며 이를 보좌한 전 코치는 최고의 코치이자 여성 농구지도자들의 롤 모델이 됐다.

지도자로서도 최고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은행의 코치이자 한국여자농구의 전설, 전주원 코치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숙소에서 만났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사진제공|WKBL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사진제공|WKBL


● “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패배를 몰랐던 우리은행에게 올 시즌에는 강력한 적수가 나타났다. 바로 KB스타즈다. 우리은행은 KB스타즈와의 최근 네 차례 맞대결에서 내리 패했다. 1위 자리도 KB스타즈에 내준 상태다. 어색한 2위 자리.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스타즈에 4번 연속 패했다.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위 감독님이 늘 ‘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KB스타즈의 전력이 너무 좋다. 우리 팀은 주축선수들의 오프시즌 준비가 부족했고 외국인선수 기량이 예년에 비해 떨어진다. 우리가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이 됐을 뿐이다.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니까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상은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맞다. 통합우승을 한 6시즌 동안 존쿠엘 존스가 있었던 시즌(2016~2017시즌)만 좀 편하게 했을 뿐, 다른 시즌은 모두 어려웠다. 계속 우승을 하면서 ‘우리은행은 강팀’이라는 인식이 있으니 상대 팀들은 우리를 이기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술을 다 동원한다. 공격, 수비 전술을 바꾸고 안 되면 또 다른 전술을 써보고….우리는 지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전술을 시도해볼 여력이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위 감독님은 패하면 잠을 잘 못 잔다고 들었다.

“감독님은 게임 전날이랑 패한 날은 거의 못 주무신다. 나는 감독님처럼 못자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진 경기는 계속 생각이 난다.”


-이기는 데에 익숙해서 그런 것인가?

“맞다. 몇 승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몇 번 졌는지는 안다. 감독님은 몇 년 전부터 ‘지는 것에 익숙해져야한다’고 하셨다. 신한은행 때는 멤버가 워낙 좋았다. 반면 우리은행은 꼴찌에서 올라온 팀이기 때문에 방심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이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감독님은 늘 내려가는 시기에 대해서도 생각하시는 것 같다.”


-올 시즌에는 우리은행의 우승이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로서는 나이질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엄살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 팀 전력을 잘 안다. 시즌 개막 이전부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까지 1위 자리도 생각보다 길게 끌고 왔다. 우리가 우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자리를 무조건 지켜야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면 6시즌 연속우승을 못했을 것이다. 위치가 바뀌면 다시 노력해서 올라가면 된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스포츠동아DB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스포츠동아DB


● “언니? 코치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계에는 ‘여성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다. 전 코치 이전 몇 번의 사례가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전 코치는 이러한 편견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그의 성공과 함께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지도자, 여성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모두 깬 사례다. 전 코치 이후 정선민(신한은행), 이미선(삼성생명) 등 여성 코치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과론일 뿐이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감독님을 만난 운이다. 처음에는 내가 후배들의 길을 열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여자 코치는 다 저렇지’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부담은 없다. 다른 팀에서 코치를 하는 후배들도 각자 자리에서 착실하게 잘 해나가는 것 같다.”


-다른 팀 코치들이 조언도 구하는 편인가?

“같이 얘기를 자주하는 편이다. (정)선민이도, (이)미선이도, (최)윤아도 코치 된지 얼마 안됐을 때는 힘들어했다. 지금은 다들 여유가 생겼더라. 선수로서 같이 뛸 때와 코치로서 선수들을 볼 때의 시선이 완전히 다르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신한은행에서 코치 1년을 하고 우리은행으로 옮겼다. 같이 운동을 한 선수들이 아니어서 우리 팀 선수들에게는 처음부터 코치였다. 하지만, 미선이나 윤아는 같이 뛰던 언니가 코치가 된 거니까 본인들이나 선수들 모두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코치’가 아니라 ‘감독 편이 된 어려워진 언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드래프트 1순위로 선발한 박지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점점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한국여자농구 레전드가 본 박지현은 어떤가?

“계속 파악중이다. 본인은 1, 2번(포인트가드, 슈팅가드)을 원하는데, 학교에서는 센터로 뛰었다. 일단 그 색을 벗겨내는 데에도 시간 걸린다. 예를 들면, 본인이 볼을 잡고 스크린을 받아야 하는데, 거꾸로 스크린을 간다. 한국여자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이기 때문에 키울 가치는 충분하다. 어느 정도의 시간 걸리느냐의 문제이고 본인이 버텨내느냐의 문제다.”


-가능성 있는 선수의 존재, 지도자의 즐거움이기도 할 것 같다.


“새로운 즐거움이다. (박)지현이를 잘 키워내야 한다는 고민을 하면서도 선수 지도에 대해 스스로를 각성시키기도 한다. 코치의 역할은 선수의 강점을 잘 드러내고 단점을 잘 숨기느냐다. 감독님과 함께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있다.”


● 전주원 코치는?


▲ 생년월일=1972년 11월 15일 ▲ 출신교=선일초~선일여중~선일여고~우송대 ▲ 프로선수 경력=현대건설(1998~2004년), 신한은행(2002~2011년) ▲ 프로통산 성적=330경기 3412점(평균10.34점)·1303리바운드(평균3.95개)·2164어시스트(평균6.56개)·459스틸(평균1.39개) ▲ 지도자 경력=신한은행 코치(2011~2012년), 우리은행 코치(2012년~현재), 여자 농구대표팀 코치(2014~2017년)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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