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윤아 “‘깡’ 하나로 달려온 19년…배우도 엄마도 100점이고 싶다”

입력 2019-02-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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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오윤아는 16일 MBC 드라마 ‘신과의 약속’을 마치며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19년간 연기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그는 “아직 모든 게 어렵고 힘들다”며 “그럴 때마다 더 최선을 다해 살기로 마음 먹는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레이싱모델 출신’ 꼬리표 뗀 연기자 오윤아

‘신과의 약속’ 매력적 캐릭터 반해 출연
운명처럼 온 ‘진사’…자신감 되찾아
일이 바빠서 아들에게 늘 미안하죠


“패기와 ‘깡’으로 여기까지 왔죠.”

연기자 오윤아(39)는 지금까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달려온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럴 만도 했다. 2000년 레이싱모델 대회에서 1등을 해 연예계에 입문한 그가 대중으로부터 연기자로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하지만 오윤아는 어떤 순간에도 연기자로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9년이 흐른 지금, 더 이상 그에게서 ‘레이싱모델 출신’이란 꼬리표는 찾을 수 없다. 스스로가 대견할 법도 한데 그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참 ‘짜다’.

“전 지금도 많이 부족해요. 고민도 끊임없고요. 아직 모든 게 어렵고, 힘들고, 아쉽죠.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기로 마음먹어요.”


● “또 악역, ‘신과의 약속’ 처음엔 거절”


오윤아는 16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신과의 약속’에서 신분상승을 위해 친구 한채영의 남편이자 재벌 2세인 배수빈을 뺏는 역을 맡았다. 이미 드라마 ‘오 마이 금비’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전작에서 악역을 소화한 그는 “또 악역?”이란 생각에 ‘신과의 약속’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가 아닌 한 번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었던” 인물의 절박함이 그를 움직였다.

“사실 처음엔 (출연을)거절했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행복을 쟁취하려는 캐릭터의 심정이 안타깝게 와닿았다. 단순한 악역이 아닌 데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악녀’ ‘내연녀’ 이미지를 꼭 깨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맡은 역할 모두 저마다 아픔이 있어 그를 더 진실하게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편안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이미지보다 연기를 먼저 고민하는 게 자신의 몫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연기를 공부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선배 연기자들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자라왔다. 최근 만난 박근형 선생님의 ‘대사 전달을 잘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듣고 억양과 화술까지 고려해 대본을 공부했다. 매번 작품은 늘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런 만큼 순간순간 ‘숙제’라고 생각한다.”

연기자 오윤아. 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깡 잃어갈 때 ‘진짜 사나이’로 자신감 찾아”

한동안 연기에 집중했던 오윤아는 지난해 9월 MBC ‘진짜 사나이 300’(진사)으로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나약해진 나를 보며 자책”할 때 운명처럼 ‘진사’를 만난 그는 한계에 도전하는 군 훈련을 통해 “모든 건 자신감 문제”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두 번째 촬영을 오랜 해외 스케줄을 끝낸 직후 가게 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부터 했다. 그랬더니 정말 힘에 부치더라. 그럼에도 민폐가 되진 말자는 각오로 끝까지 버텼다. 마침내 외줄타기까지 해내는 나를 보며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진사’와 함께 오윤아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은 2017년 SBS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다. 레이싱모델 출신 연기자인 자신을 향한 대중의 “편견”을 깰 수 있을 것이란 일념으로 달렸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때였다.

“무명 시절 없이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그에 대한 감사함이 커서 오랫동안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니 연기적으로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아졌다. ‘사임당 빛의 일기’를 끝낸 직후 삶에 지쳤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때 ‘언니는 살아있다’를 만났다. 평소와 달리 편안한 연기를 보여준 이 작품으로 팬도 많이 생겼다. 커피차 선물을 처음 받아봤다.(웃음)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봐준다는 게 큰 힘이 됐다.”

MBC 드라마 ‘신과의 약속’에서의 오윤아. 사진제공|예인E&M


● “연기자 엄마 둔 아들엔 항상 ‘죄인’”

그는 강력한 모성애를 소재 삼은 ‘신과의 약속’에 출연하면서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이 된 아들을 자주 떠올렸다. 앞서 ‘진사’에서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드러내 박수를 받았던 터다. ‘아들 바보’이지만, 그는 “이렇게 바쁜데 좋은 엄마일 리 없다”며 쓰게 웃었다.

“아들과 어딜 가면 항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다. 마치 내가 일부러 아픈 아들을 숨겨온 것처럼 보였나보다. 언젠가는 대중에 꼭 알리고 싶었는데 ‘진사’가 좋은 기회가 됐다. 어떤 엄마냐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사는 엄마다.(웃음) 아이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얼굴 보는 시간이 더 줄었다. 늘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닐까, 미안하기만 하다. 모든 ‘일하는 엄마’는 다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오윤아는 엄마로서, 연기자로서 늘 ‘100점’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향한 비판도 “나를 고치고 다잡는 ‘약’”으로 받아들인다. 다음엔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다면서도 “그럴 날이 올 수 있을까요”라며 웃는다. 참 못 말리는 ‘욕심쟁이’다.


● 오윤아

▲ 1980년 10월14일생
▲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싱퀸 선발대회 1위
▲ 2004년 SBS ‘폭풍속으로’로 연기자 데뷔
▲ 2005년 KBS 2TV ‘올드미스 다이어리’ 주연
▲ 2006년 SBS ‘연애시대’·SBS 연기대상 여자조연상
▲ 이후 드라마 ‘미스터 굿바이’ ‘외과의사 봉달희’ ‘공부의 신’ ‘돈의 화신’ 등 주연
▲ 2015년 ‘화장대를 부탁해’ 진행
▲ 2017년 SBS ‘언니는 살아있다’ 주연
▲ 2018년 MBC ‘진짜 사나이 300’ 출연
▲ 2019년 MBC ‘신과의 약속’ 주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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