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돌아온 호랑이’ 이승현을 만나다

입력 2019-02-2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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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두목 호랑이’ 이승현(오리온)은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승현은 “팬들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지난달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코트로 복귀한 ‘두목 호랑이’ 이승현(27·고양 오리온)은 영락없는 ‘예비역 병장’이었다. 농구에 앞서 물어본 군대 이야기에 그대로 빠져들더니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부터 상무 전역 날까지…. 아직 군대에서의 추억이 생생하다는 이승현을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원정에 앞서 만났다.

3년 전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MVP 수상의 영광이 살아 숨쉬는 홈코트 고양체육관에서 마주한 이승현은 “확실히 프로 무대는 다르다. 아직 경기 체력이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일단 ‘이기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역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받은 만큼 팬들께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의젓한 각오를 밝혔다.


-우선 전역 축하한다.

“일단 제대를 하니 기분은 좋다. 무엇보다 군인으로서 조심해야할 부분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이 기쁘다. 그런데 아직 완전히 전역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곧바로 팀에 합류해서인가(웃음). 먼저 제대한 형들은 ‘최소 한 달 정도는 더 지나야 전역 기분이 난다’고 이야기해주더라.”


-군대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한다. 2017년 5월 입대를 했는데.

“여름이 다가오는 5월이었는데도 육군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은 쌀쌀한 공기가 가득했다. 게다가 막사가 오래 전 지어진 구막사라서 환경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음식 역시 프로에서 먹던 것과는 많이 달랐고….”

오리온 이승현.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훈련소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반 훈련병들과 함께 막사 생활을 했다. 그런데 동기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더라. 다들 나를 두고 ‘키 큰 일반인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웃음). 나중에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농구선수인지 알게 됐다.”


-훈련소에선 사격과 수류탄, 행군 등 다양한 경험을 했을 텐데.

“사격은 나쁘지 않았다. 20발 중 16발은 맞췄다. 생전 처음 실제 총을 쏴봤는데 신기했다. 제일 힘들었던 경험은 행군이었다. 훈련소 막바지 완전군장을 메고 20㎞를 걸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눈을 뜨자마자 걷는데 눈꺼풀이 어찌나 감기던지 혼쭐이 났다.”

-상무에선 어떻게 지냈나.

“경북 문경에 부대가 있다. 이곳은 태릉선수촌이나 진천선수촌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농구는 물론 야구, 축구 같은 구기종목과 복싱, 배드민턴, 탁구 등 일반종목 모두 최신식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여러 종목들이 한데 모여 있다보니 어렵지 않게 다른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었고, 동시에 많은 동료선수들을 사귈 수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라…. 아, 한 번은 상무에서 친해진 유도부 후배와 PX(병영 내 면세매점)를 간 적이 있다. 내가 한 턱 내겠다며 데려갔는데 글쎄 둘이서 어찌나 먹어치우던지 8만원 가까운 돈이 나왔다. PX에서 8만원이면 정말 못 먹을 것이 없는데 말이다. 온갖 과자와 냉동식품 등을 싹쓸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큰 기대를 안고 전역을 했다.

“부담이 조금 됐다. 주위에서 워낙 기대를 많이 해주셨다. 지금은 그냥 뭣도 모르고 뛰고 있다(웃음).”


-전역을 가장 축하해주는 이는 누구던가.

“허일영 형과 박재현 형 그리고 이종현이다. 일영이 형은 2013년 동아시아선수권 국가대표로 함께 활약하며 친해졌다. 재현이 형은 대학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절친한 사이가 됐고. 두 형들 모두 상무 출신이라서 그런지 내 전역을 가장 축하해줬다. 재활 중인 종현이는 집이 고양체육관 근처다. 그래서 심심할 때마다 만나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간다.”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30일 울산 현대모비스 원정을 승리로 이끌었다.


“정말 ‘이기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프로로 복귀하니 확실히 경기 체력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현대모비스전에서는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오리온 이승현.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추일승 감독의 기대도 클 텐데.

“감독님께선 입대 전 플레이 그대로를 원하고 계신다. 골밑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외곽을 자주 오가면서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기를 바라신다.”


-이전과 달리 3점슛 시도가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있다.

“아직 외곽슛을 덜 시도하고 있는 점은 맞다. 그러나 내 슛 감각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내 전체적인 스타일을 찾으면서 외곽슛도 차츰 잡아가려고 한다. 현재 감각은 전혀 나쁘지 않다.”


-이제 ‘예비역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맏형 라인인 김선형과 오세근 형의 부상 이탈이 아쉽지만, 그래도 박찬희와 이정현 등 경험이 풍부한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양홍석과 송교창 등 막내급들도 제몫을 하는 중이다.”

-이번 레바논 원정 각오가 있다면.

“어느덧 나도 대표팀에서 중고참이 됐다. 나이를 하나둘 먹어가면서 그에 따른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 비록 성적이 중요한 대회는 아니더라도 국가대표로서 계속해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뛰겠다.”

고양|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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