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리조나] ‘최고참’ 오승환 “과거는 과거, 지금 난 콜로라도 소속”

입력 2019-02-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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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한국시간) 불펜피칭을 마친 뒤 불펜포수와 대화 중인 오승환. 스코츠데일(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의 표정은 밝았다. ‘돌부처’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웃음지으며 동료들과 장난을 쳤다. 국내 복귀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잊고 2019시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 또 한 번의 진화, ‘진짜 체인지업’ 장착

콜로라도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리버필드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올해 첫 시범경기를 치렀다.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은 이날 마이너리그 자원 위주로 투수 엔트리를 꾸렸고, 오승환은 등판하지 않았다. 대신 올해 세 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사흘 전인 21일 두 번째 라이브 피칭(타자를 세워두고 실전을 가정해 던지는 훈련) 이후 이어진 다섯 번째 투구였다. 30구를 던진 그는 투구 후 불펜포수와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러닝 훈련까지 마친 뒤 스포츠동아와 만난 오승환은 “요 며칠 애리조나가 정말 추웠다. 어제는 폭설까지 내렸다. 강추위는 투수에게 치명적이지만, 오늘은 따뜻해서 불펜피칭도 괜찮았다”며 “포수가 공을 받는 관점에서 볼 회전이나 변화구 제구를 물어봤다. 현재 페이스는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매년 변화를 꾀한다. KBO리그 시절 속구 하나만으로 리그를 평정했지만 일본프로야구 진출 이후에는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뒤에는 스플리터에 커브까지 장착하며 진화했다.

기록 관련 사이트를 살펴보면 오승환이 스플리터 그립을 잡고 던진 공은 체인지업으로 분류된다. 종으로 떨어지는 궤적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오승환은 이번 겨울, 이와 다른 체인지업을 준비 중이다. 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움직임을 가진 체인지업이 그의 목표다.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하기에 이만한 무기는 없다.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투구의 다양성을 늘리는 수준까지만 끌어올려도 좌타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그는 “구종이 많아지면 타자를 상대하기 유리해진다. 때문에 매년 변화를 추구했고 올해 테마는 체인지업이다. 제구가 조금 더 완벽해지면 비중을 높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환. 스코츠데일(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 “지금 내 유니폼은 콜로라도다”

콜로라도 40인 로스터 가운데 최고참은 오승환이다. 포수 크리스 아이아네타(36)가 그나마 또래이며,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투타를 막론하고 최고참이 된 오승환이지만 ‘대우’는 없다. 그는 “실감은 안 난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어린 선수들과 나이 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재미있게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불펜 피칭이든 캐치볼이든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 오승환은 지난해 귀국 인터뷰에서 국내 복귀에 대한 의사를 드러냈다. “외국 생활에 지쳤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스포츠동아와 만나 KBO리그 시절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섭섭함도 숨기지 않았다. 오승환의 국내 발언은 미국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콜로라도와 아직 1년 계약이 남은 그의 발언을 두고 의아해하던 현지 언론은 캠프 시작과 동시에 오승환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이날 콜로라도 훈련장을 찾은 기자에게 “오승환의 진심이 무엇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정작 오승환은 덤덤한 입장이다. 다른 모든 일들은 뒤로 하고 콜로라도 소속으로 올 시즌에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했다.

“블랙 감독이나 제프 브리디치 단장 모두 당시 인터뷰를 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들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유니폼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콜로라도 소속이다. 과거 일은 과거 일이다. 선수 입장에서 비시즌에 진심을 드러냈던 것 뿐이다. 지금은 시즌 준비에 접어든 단계다. 다른 생각 없이 그라운드에서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다.”

오승환이 미소를 되찾았다. 그의 초점은 여러 논란이 아닌 진화에만 맞춰져 있다. 최고참으로서 책임감까지 떠안은 그는 올 시즌에도 이닝 삭제를 준비 중이다.

스코츠데일(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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