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규정 변화, 체조협회의 속내는?

입력 2019-02-2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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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조협회(회장 이영훈·포스코건설 사장)의 엉성한 행정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열릴 2019년도 리듬체조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협회는 20일 각 시도체조협회와 단체(학교)들에 선발전 개최 통보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통보 시기다. 협회는 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선발전 개최를 알렸다.

물론 규정에 어긋난다. ‘국가대표 및 우수선수 / 지도자 선발규정’ 제3조(국가대표 선발 및 승인)에 따르면 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일정(기준 포함)은 3개월 전에 산하 조직·단체에 통보해야 한다. 선수들이 보다 철저히 준비할 여유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협회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회원종목단체 선발기준은 선발일 3개월 전까지 이사회를 거쳐 확정하여 회원단체 홈페이지 등에 공지해야 한다. 다만, 해당종목 국제연맹 대회 참가요건 공지가 늦어지는 경우에 한해 기간을 달리할 수 있다. 이때 공지 지연에 대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상급기관 대한체육회 규정(국가대표선발 제16조)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국제대회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더욱이 선발전 공지 지연 이유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대로 알린 적도 없다. 결국 스스로의 원칙을 협회가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이다. 체육회 규정에도 어긋났다.

더욱이 협회는 개인 국가대표 선발인원을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전 시니어(만 16세 이상) 4명을 선발하던 것을 3월 선발전에는 시니어 2명, 주니어(만 13~15세) 2명을 뽑기로 했다.

협회는 지난 연말 이사회에서 인원 변경을 결정했다.

협회 관계자는 “풀뿌리 선수들의 육성이 필요하다. 기계체조도 최근 주니어를 선발해왔고 여서정 등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진짜 문제는 과정이다. 민감한 결정을 했다면 이해 당사자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오히려 협회는 일방적인 통보로 체조 인들의 반발만 샀다.

더욱이 올해는 2020도쿄올림픽을 앞둔 민감한 시즌이다. 각종 올림픽 쿼터대회가 열린다. 물론 경험 많은 시니어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협회가 2+2를 고수하면 부상 등 돌발변수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국제체조연맹(FIG)이 시니어, 주니어를 구분한 것은 주니어를 위한 대회가 있기 때문이다. 유소년과 시니어 운용은 별개의 접근이 필요하다.

협회 측은 “3월 선발될 4명(2+2)이 국제대회에 나설 최종 국가대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협회는 중요한 내용을 빠트렸다. 1차 선발전과 2차 선발전(5월 예정) 합산 성적으로 리듬체조 태극낭자들이 탄생한다는 점. 채점 방식이 바뀐 정황은 없다. 한 체조계 인사는 “3월 선발전 탈락 선수들은 갑작스런 주니어 쿼터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잃을 수 있다. 2차 선발전에서 역전이 가능한 파격적인 구조가 없다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일단 3월 선발전을 진행한 뒤 규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될 먼 길을 돌아가려 하는 협회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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