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리조나] ‘적응 끝’ KT 이대은, “개막전 생각만 해도 설레”

입력 2019-02-26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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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에이스가 절실한 KT 위즈는 이대은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어느새 KT맨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한 이대은은 준비를 마쳤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스프링캠프에서 투구 중인이대은. 사진제공 | KT 위즈

“마이너리그 때부터 적응이야 자신 있었죠. 마이너리그는 1년에 선수 100여 명이 오고 가는 곳이거든요.”

이대은(30·KT 위즈)은 2019 신인드래프트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이 확정된 뒤 KT위즈파크를 찾아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후에도 팬 페스티벌, 출정식 등 여러 구단 행사를 소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KT에 이대은이 녹아드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닌 데다 ‘시크’한 이미지까지 더해졌고, 실제로 이대은 역시 몇몇 선수들과만 대화할 뿐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T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나이든 신인’인 그는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던지거나, 훈련 도중 파안대소하며 주위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대은은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거치면서 ‘적응’에 익숙하다. 내가 생각해도 빨리 친해지는 편인 것 같다”며 “솔직히 재미있다. 입단년도로 막내라 그런지 (주변에서) 잘 챙겨주려고 한다”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휴식일에는 동생들을 데리고 쇼핑하는 것이 캠프 기간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클럽하우스 내에서의 적응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마운드에서다. 코칭스태프는 라울 알칸타라~윌리엄 쿠에바스 외인 원투펀치에 이은 3선발로 이대은을 낙점했다. 대표팀에서도 통하는 구위를 보인 이대은은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다. 기대는 당연하다.

이대은은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 애리조나의 얄궂은 날씨 탓에 한 번의 라이브 피칭도 소화하지 못한 채 20일(한국시간)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 등판,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점검 차원의 등판이었고, 2월 중순에 최고구속 147㎞가 찍히며 기대를 품게 했다. 이어 2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구속 148㎞로 변함없는 힘을 과시했다.

관건은 내구성이다. 이대은은 2015년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152.2이닝을 소화한 것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이후 3년간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중 한두 번 정도 휴식을 줄 생각이다. 투수코치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대은은 “아직 상황이 닥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배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책임감도 느껴진다”며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안 아픈 게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아직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고영표(28)가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줬지만 만개하지는 못했다. 이대은은 그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는 “좋은 성적을 낸다면 KT 토종 에이스라는 칭호도 따라올 것이다.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투산(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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