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으로 꼽히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과의 동행을 포기하고 NC 다이노스로 복귀한 이호준 코치는 선수들에게 강력한 투지를 강조하고 있다. 애리조나 투산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토스배팅 볼을 던져주고 있는 이 코치.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이호준 NC 다이노스 타격코치(43)에게 하라 감독의 요미우리 재부임은 고민의 계기였다. 그는 지난해 요미우리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고 요미우리는 그에게 정식코치 제안을 했다. 하라 감독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전설적인 명장 밑에서 1년이라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요미우리가 왜 강팀인지, 하라 감독이 왜 명장인지 느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 코치는 그러나 NC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가 선수로 뛰던 2017년까지 NC는 신흥 강팀이었다. 그러나 이 코치가 은퇴한 지난해, 창단 첫 최하위의 굴욕을 맛봤다. 구심점 없이 흔들리는 선수단을 한 발 물러서서 지켜봤던 이 코치는 하라 감독과 동행을 뿌리치고 창원으로 돌아왔다.
NC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에넥스필드에서 만난 그는 “솔직히 NC가 순항하고 있었으면 하라 감독과 1년이라도 함께 했을 것이다. 하지만 팀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라며 “SK 와이번스 창단 첫해였던 2000년 매직리그 최하위가 내 야구인생 유일한 꼴찌다. 그때보다 지난해가 더 힘들고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이호준 코치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투지다. 연패에 빠졌을 때 겉으로 보이는 ‘농군 패션’으로 티를 낼 게 아니라, 눈빛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황금사자기 같은 아마추어 대회를 가보라. 경기에서 패하면 선수들이 분해서 눈물을 줄줄 흘린다. 물론 프로라면 겉으로 울거나 하면 안 되겠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그 분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강팀으로 가는 조건이다.”
이 코치는 후배들이 불 꺼진 그라운드와 친해지길 원한다. 모두가 떠난 경기장, 조명이 꺼진 야구장을 한 바퀴 천천히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는게 그의 말이다. “프로라면 팀이 연패 중이고 본인이 역할을 못했을 때 ‘내일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트를 쥐고 훈련하는 것보다 생각 한 번이 도움 될 때가 있다.” 그 사색과 고민의 시간은 팀과 본인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 코치는 처진 분위기로 창단 첫 최하위에 그친 NC를 바꿀 수 있을까.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