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석현 “다섯 살 때 선택한 연기…‘선생님’ 소리 들을 때까지 할래요”

입력 2019-02-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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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왕석현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신과의 약속’을 통해 6년의 긴 연기 갈증을 해소했다. 새삼 느낀 연기의 매력에 “다시는 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캐릭터도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진제공|라이언하트

■ ‘썩소 꼬마’에서 ‘살인미소 소년’으로 돌아온 왕석현

10년째 과속스캔들 황기동? 그저 감사하죠
엄마 조언 덕분에 6년 동안 평범한 학창생활
거친 액션도 OK…큰 울림 주는 배우 되겠다


‘썩소(썩은 미소)’ 하나로 2008년 영화계를 휩쓸었던 5살 꼬마는 어느덧 “연기는 아무리 해도 어렵다”며 쓴 웃음을 지을 줄 아는 소년으로 자라났다.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 속 아역 황기동 역할로 ‘국민아들’로 불린 연기자 왕석현(16)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지난해 11월, 6년의 휴식 끝에 MBC 주말드라마 ‘신과의 약속’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왕석현은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길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TV에 출연하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기가 그리워” 다시 카메라 앞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갈 길을 너무 빨리 발견해 아쉽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이제 쉬지 않고 연기해 나중에는 후배들에게 ‘선생님’ 소리 들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 “‘과속스캔들’, 16년 인생 대표작”

왕석현은 16일 종영한 ‘신과의 약속’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는 송현우 역을 맡아 연기자 한채영과 엄마와 아들로 호흡을 맞췄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편집국에서 만난 그는 “6년 만에 하는 연기인데 좀 아쉽기도 하지만 열심히 했으니 만족스럽다”며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백혈병 환자 역할을 맡은 후 포털사이트에서 이 병을 검색해보니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주르르 나왔다. 한참 헤매고 있는데, 연출자 윤재문 PD님께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내 또래 환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다. 차분하게 죽음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 슬펐다. ‘담담함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윤 PD님의 말을 듣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왕석현은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는 어엿한 연기자로 성장했다. 절로 ‘언제 이렇게 컸을까’라는 말이 튀어나올 찰나, 왕석현은 “그런 말을 현장에서 참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나를 보고 ‘과속스캔들’의 황기동을 떠올린다. ‘신과의 약속’ 현장에서도 ‘기동이 많이 컸구나’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웃음) 촬영을 시작하니 모두 저를 송현우로 봐 주셨다. 10년째 ‘황기동’으로 불리는 게 결코 싫지만은 않았다. 어쩌다보니 16년 인생에 ‘과속스캔들’이란 대표작이 생긴 건 참 감사한 일이지 않나.”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에서의 왕석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활동 쉰 6년, 내겐 많은 도움 됐다”

‘과속스캔들’ 후 연기 활동을 이어가던 왕석현은 2013년 돌연 멈춰섰다.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알아야 연기에 도움이 된다”는 어머니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는 6년 동안 성실히 학교를 다니며 평범한 학생으로 지냈다. “활동을 쉬면서 친구들과 엄청 놀러 다녔다. 친구들과 때로는 싸우기도, 화해도 하면서 지내다보니 어머니의 조언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겠더라. 그 시간이 많은 도움이 됐다. 친구들은 오히려 TV 속 나를 어색해 한다. 친구들과 늘 단답형으로 문자를 나눴는데, 이제는 장문의 문자로 내게 말을 걸며 조심하기도 한다. 하하하!”

왕석현이 다시 활동의 발판으로 삼은 프로그램은 지난해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3’다. 왕석현은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게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실 엄마는 우리 가족이 다 출연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우려했다. 하지만 엄마를 조르다시피 해서 출연했다. 원래는 고등학교 입학 후 연기를 다시 하기로 했지만, 조금 빨리 나오는 것도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둥지탈출’ 덕분에 ‘신과의 약속’에도 합류할 수 있었으니 좋은 선택이었다.”

연기자 왕석현. 사진|스포츠동아DB·라이언하트


● “최종 목표, 마음에 울림 주는 배우”

왕석현은 “이제는 연기무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직은 ‘셀카’를 찍는 것도 부끄러울 만큼 카메라 속 자신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지만 연기자가 ‘천직’이라는 걸 느낀다. “난 공부 쪽은 확실히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지만 선수를 할 만큼 실력도 아니다.(웃음) 물론 연기가 쉬워서 하는 건 아니다. 만약 내가 운동을 잘해서 선수 준비를 하자고 제안이 와도 난 연기를 선택했을 거다. 다른 꿈은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 작품과 캐릭터를 분석하는 연기의 매력 덕분이다.”

올해 서울공연예술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이유도 오로지 연기를 위해서다. 그는 “‘과속스캔들’ 오디션을 볼 때부터 지금까지 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더 책임감 있게 연기를 해내야 한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언젠가는 ‘베테랑’과 같은 거친 액션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왕석현은 “어떤 캐릭터라도 잘 소화하는,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게 최종 목표”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왕석현

▲ 2003년 6월2일생
▲ 2019년 서울공연예술고 연극영화과 입학
▲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로 데뷔·2009년 제17회 춘사영화상 아역상
▲ 2013년 KBS 2TV ‘광고천재 이태백’ 출연 후 연기 중단
▲ 2018년 tvN ‘둥지탈출3’로 활동 재개
▲ 2018년 MBC ‘신과의 약속’ 출연·MBC 연기대상 청소년 아역상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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