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슈퍼스타’의 반성문은 당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진정한 반성의 의미가 들어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동반됐던 이유다.
그러나 그 후로부터 적지 않은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슈퍼스타’의 말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과오는 잊혀지고, 지금 단계에서 펼쳐지는 활약만이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32)에 대한 관심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시범경기에서 펼쳐지는 홈런 소식에 팬들은 연일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이는 국내·외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 언론은 “강정호가 다시 3루 포지션을 맡을 필요가 있다. 수비와 타석에서 모두 현재보다 더 나은 옵션”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성적 만능주의’는 현대 야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도덕적으로 흠집이 있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대해 우리는 항상 ‘한 번 더’의 기회를 제공한다. 강정호의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은 당시에는 얼토당토 하지 않는 말이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성적을 최우선시 하는 우리 현실의 자화상을 민낯으로 보여주고 있는 면이기도 하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구단 입장에서 분명 놓을 수 없는 카드다. 그가 수년간의 공백기 속에서도 피츠버그의 기다림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야구’에 대한 능력을 의심받을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가 한편으로는 또 씁쓸하다. 앞으로 야구 계에서 얼마나 더 많은 도덕적 문제가 발생 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매 번 ‘성적’으로만 일관되게 해결된다면, 야구 계 스스로의 도덕적 자정 능력이 발전할 지는 의구심이 든다.
‘과거의 일로 언제까지 발목을 붙잡을 거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될 과거는 분명 있다. 이제까지 관행처럼 이어지던 야구인들의 잘못은 분명 그 꼬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해결 방법인 ‘성적’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면 ‘주홍글씨’가 남는다는 경각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진정한 반성은 잘못을 스스로 인지하고, 끊임없이 되새길 때 이뤄진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