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뒷담화] 이정재x정우성, 베프끼리 흥행이 거~ 너무 심한 거 아니요

입력 2019-02-28 1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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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왼쪽)-정우성. 스포츠동아DB

《편집자 주 : ‘대놓고 뒷담화’는 ‘작품성이고 뭐고 영화는 재미있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해 두 기자가 의식의 흐름대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전문성 혹은 깊이를 바라신다면 이 창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대화에 나오는 영화의 기준은 이미 개봉을 한 작품으로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오곡라떼 : 영화 ‘사바하’랑 ‘증인’이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가고 있어. 잘생김조차 닮은 영혼의 단짝, 이정재와 정우성은 박스오피스에서도 사이가 좋아~ 먼저 ‘사바하’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7일째 1위더라고. 어땠어?

BBl사감 : ‘사바하’가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이잖아. ‘검은 사제들’은 애피타이저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식전 빵 같은 느낌? 장재현 감독이 또 다시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사바하’는 샐러드나 수프 느낌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

오곡라떼 : 오호~ 적절한 표현이야. 확실히 ‘검은 사제들’보단 더 깊이 들어갔어. 비교해보니 ‘검은 사제들’이 훨씬 오락적이더라고. 음식으로 따지면 굉장히 진한 수프? 그런데 어렵지는 않았어? 나는 단번에 이해가 안 되더라.

BBl사감 : 학창시절에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을 모두 본 사람으로서 어렵진 않았어. 영화가 ‘퇴마록’을 따라한 건 아니지만 그 소설 자체가 여러 종교를 다루거든. 애당초 이정재가 이단종교를 연구하면서 나오는 ‘밀교’ 등 단어가 나올 때부터 ‘이 영화는 대사를 집중해서 들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잘 따라갈 수 있었지. 그리고 신기한 건 ‘퇴마록’이 생각난 게 나 뿐만이 아니더라고. 인스타로 찾아보니까 ‘사바하’를 보며 퇴마록 생각났던 사람들을 몇 명 찾을 수 있었어ㅋㅋ


BBl사감 : ‘퇴마록’은 영화로도 나왔어. 신현준이 현암으로 나와서 응? (신현준 씨께 죄송합니다) 폭망했었더랬지. 떼이쉬 ㅜㅜ

오곡라떼 : 이런! 그래도 ‘사바하’는 잘 되고 있잖아! ‘퇴마록’ 포스터를 보니까 비슷한 결이긴 하다. 난 ‘사바하’ 같은 미스터리 물을 즐겨보지 않아서 영화 중간부터는 집중력이 떨어졌어. 설명이 많았던 점 때문인데, 이 설명마저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듯. 다행히 감독이 떡밥을 회수해서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거든. 물론 나는 감독이 주는 대로 영화를 받아먹는 관객이라 속으라고 던져놓은 걸 다 주워 먹었지. BBl사감 님, 미스터리 장르 좋아하면 ‘사바하’ 속 반전도 예상했겠다~

BBl사감 : ‘갑분유지태’라 말하겠다. 그를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해 하긴 했는데 그런 중요한 역할인지는…. 문숙 배우에게 “우리 명희 많이 늙었네” 할 때 좀 반전이긴 했지.

오곡라떼 : 쉿!!! 여기까지ㅋㅋㅋㅋ

BBl사감 : 결론은 갑분유지태(feat.코끼리)

오곡라떼 : 어이쿠 영화 다 봤다~ㅋㅋ 그리고 유지태를 상대한 박정민 배우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추워보였어.

BBl사감 : ‘사바하’는 캐릭터 자체가 다 스포덩어리이긴 해. 그리고 빈틈도 있긴 했어. 어느 순간부터 금화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라져서 안 보여. 아니 손녀한테 말도 안 하고 어딜 간건가 싶더라. 그리고 예언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좀 허무했어. 너무 직설적인 예언이었지. ‘뱀이 불에 타고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고’를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줄은 몰랐어.

오곡라떼 : 맞아!!!!!! 그래서 결말이 허무했어. 편집이 된 것인지 뭔지, 확실히 배우들보단 스토리가 더 돋보이는 영화야. 그런 면에서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해. 일단 나는 이재인과 박정민의 대충돌을 기대했었는데 ‘엄마의 자장가’ 하나로 해결이 되다니!


BBl사감 : 또 ‘극한직업’에 이어 진선규의 모습이 재미있었어. 진선규와 황정민(권사 역)의 은근슬쩍 러브라인! 그리고 차순배 배우도 인상적이었지. 캡슐커피 드시는 ‘문어스님’

오곡라떼 : 큰일이야. 진선규만 보면 웃음이 나와. 월간선규 소중해~

BBl사감 : 1월에는 치킨을 튀겼고 2월에는 빙고를 외치셨네.

오곡라떼 : 빙고우~ 그러나 브레인이었죠!

BBl사감 : 그리고 이정재가 황정민(권사 역)에게 “우리도 휴가를 푸켓으로 가봅시다…. 각자!” 라고 했을 때 좀 웃겼어 ㅋ

오곡라떼 : ㅋㅋㅋㅋ 이정재 캐릭터도 웃음 담당이었잖아. 마냥 진지한줄 알았는데 영화를 까보니 개그캐였어.


BBl사감 : 응. 그래도 ‘사바하’의 시선강탈은 이재인이었지. 1인 2역을 했는데 ‘그것’으로 연기한 거 보니까 좀 소름 돋았어.

오곡라떼 : 10대라는 게 놀라웠어. 묘한 분위기 어쩔.

BBl사감 : 박정민이 이재인과 연기한 소감에 대해선 뭐라고 해?

오곡라떼 : ‘나이가 더 많은 줄 알았다’라면서 노안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 정도로 연기를 잘 해서 놀랐다고 했어. 이정재도 이재인과 호흡한 장면은 없었지만 영화를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해. 삭발에 눈썹까지 밀었다는데 머리카락도 빨리 자라나봐.

BBl사감 : 이 영화가 호불호가 많긴 한데, 그래도 간만에 이런 영화가 나와서 재밌더라. 틈틈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오곡라떼 : ‘사바하’가 샐러드, 스프라면 본식을 또 기대해도 되겠지? 메인디쉬 원해요~!

BBl사감 : 좀 더 다크하고 센 걸로 나오길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어.

오곡라떼 : ‘사바하’와 달리 ‘증인’은 호불호가 덜 갈려. 난 정말 잘 봤어. 원래 이런 드라마식 전개를 좋아하기도 하고.


BBl사감 : ‘증인’은 가장 ‘정우성’ 다운 영화인 것 같았어. 뭔가 역할이란 옷을 입지 않고 내가 인터뷰 때 만났던 정우성 느낌이라고나 할까. 스크린으로 정우성을 보는데 ‘그냥 정우성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어.

오곡라떼 : 생활 연기인가?

BBl사감 : ㅋㅋㅋㅋㅋ 그럴 수도. 인터뷰에서도 많이 언급을 했는데 ‘증인’을 촬영하면서 치유 받는 기분이었고 사람 정우성으로서 느끼고 싶은 감정을 대리만족한 기분이었다고 해.

오곡라떼 : 오~ 나도 영화 보면서 치유 받았는데! 정우성이 생활연기를 한 게 맞네ㅎㅎ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이 대사.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김향기에게도 ‘증인’은 인생 작이라고 생각해.


BBl사감 : 응,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해. 솔직히 어려운 연기였을 거야. 연기 자체도 그렇고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안 되게 연기하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을 것 같아. 의도하지 않았지만 지우(김향기 분)가 순호(정우성 분)에게 하는 반응이 재미있긴 했어. 답만 말하고 전화를 툭 끊는다든지~

오곡라떼 : ㅎㅎㅎㅎ 첫 만남에서 기껏 질문했더니 말을 잘라내는 부분에서도 웃었어. 순호가 지우의 세상에 들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서 푹 빠져 봤어.

BBl사감 : 순호의 미모에 빠져든 거 아니냐.

오곡라떼 : 에헴, 다~ 포함하는 걸로. 근데 ‘증인’에 은근 스릴러도 있었지.

BBl사감 : 맞아ㅋㅋㅋ 염혜란 씨가 땋! tvN ‘도깨비’에서 김고은 이모로 나왔었잖아.

오곡라떼 : 김향기가 염혜란의 실체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부분이 소~~름!

BBl사감 : 염혜란이 먼저 학교에 딱 등장해서 김향기 협박하는 장면에서 “뭐야 스릴러야?” 했었어.

오곡라떼 : ㄷㄷㄷ 워낙 고약한 캐릭터를 많이 소화한 배우여서 ‘뭔가 반전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드라마틱하게 연출을 했어.

BBl사감 : 착한 아줌마인줄 알았는데 ㅜㅜ 그리고 이규형이랑 정우성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웃겼어. 두 사람이 생각보다 연기호흡이 좋더라고.


오곡라떼 : 맞아~! 송윤아랑 정우성도... 정우성 아버지로 등장하는 박근형 배우의 소원이 이뤄졌지.

BBl사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근형 배우는 굉장히 진지하게만 나올 줄 알았는데 계속 선 보라고 사진을 내미시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정말 귀여우셨어, 내 사진 드리고 싶었..아버님!!!!

오곡라떼 : 전국에 있는 수많은 며느리들이!!ㅋㅋ 영화에선 답정너 소개팅이었지. 코믹 공포 다 담당하셨어. 초반에 박근형 선생님 때문에 진짜 놀랐었거든. 정우성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숨어있었잖아.

BBl사감 : 앜ㅋㅋㅋㅋ

오곡라떼 : 진짜 육성으로 놀랐어. 갑분사바하.

BBl사감 : 난 ‘증인’이 좋았던 이유 중에 하나는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냥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서 ‘나’라는 사람이 완성돼 간다는 느낌도 들더라. ‘증인’이 법정에서 ‘증인’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 인생의 ‘증인’이 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봄.

오곡라떼 : 크~ 맞아. 영화를 본 후에도 곱씹어보고 싶은 여운이었어. 살짝 울었지만 기분 좋은 눈물이었고.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근래 처음으로 감동해서 울어봤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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