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축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반도를 뿌옇게 뒤덮은 미세먼지의 악조건에도 불구, 주말을 낀 사흘짜리 삼일절 연휴 동안 많은 팬들이 초록 그라운드를 찾아 비시즌 동안 실력을 뽐낸 전사들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FA컵 최강자 대구FC가 격돌한 전주월드컵경기장에 2만637명이 입장하는 등 K리그1 개막 6경기에 총 7만9355명이 찾아 평균 1만3226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9142명보다 무려 44.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 경기 물러섬 없는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 속에 득점이 터져 ‘축구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더했다. 뚜껑이 열린 K리그1의 판도를 살펴봤다.
● 예상대로? 기대대로?
절대 약자도 절대 강자도 없는 1라운드였다. 특히 겨울 선수이적시장에서 과감한 보강에 나선 구단들은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저력을 뽐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 사령탑들은 ‘전북의 절대왕조 시대를 끝낼’ 1순위 후보로 울산 현대를 꼽았다. 선택은 옳았다. 김보경, 주민규, 윤영선 등 검증된 베테랑들을 흡수한 울산은 수원 삼성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며 2-1 승리를 챙겼다. 수원 이임생 감독이 “뭐가 무서워서 자꾸 뒤로 가냐”고 제자들을 다그쳤고, 수원도 과감한 역습을 시도했으나 주도권은 울산이 쥐었다. 수원 골키퍼 김다솔의 수많은 선방 쇼가 아니었다면 울산은 좀더 큰 스코어 차로 이길 수 있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거친 ‘잉글랜드 특급’ 조던 머치를 장착한 경남FC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도·시민구단은 어렵다’는 선입관을 깨고 이적시장에서 파격적인 행보로 찬사를 받았던 경남은 유일의 K리그2 승격 팀 성남FC의 반격 의지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인 공세를 퍼부어 2-1승리를 거뒀다.
반면 FC서울의 행보는 예상을 깼다. 대진이 나왔을 때, 아니 킥오프 직전까지만 해도 상대인 포항 최순호 감독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서울 최용수 감독에게 “그 (좋은) 멤버들이 다 어디에 있느냐”며 농담할 정도로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실제로 포항은 큰 흔들림 없이 동계전지훈련을 마쳤다. 그러나 서울이 한 수 위였다. 볼 점유율은 포항이 56대44(%)로 우위를 점했으나 서울의 화력이 훨씬 매서웠다. ‘돌아온 골잡이’ 박주영의 실력은 여전했고, ‘우즈베키스탄 특급’ 알리바예프의 몸놀림은 수준급이었다. 사실상 1.5군으로 홈 개막전에 임한 서울은 2-0 승리로 명예회복의 신호탄을 쏘았다. 인천과 제주는 꼬리를 내리지 않는 뚜렷한 컬러를 보이면서 긍정의 내일을 예고했다.
● 아직은, 글쎄….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지휘봉을 잡은 전북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강팀에 더 강하고, 약팀에 약한’ 이미지를 깨지 못했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빌드-업과 세밀함을 강조하는 모라이스 감독의 철학이 팀 컬러에 오롯이 녹아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북은 평소 선 굵은 축구를 주로 구사했으나 새로운 옷에 맞춰가는 과정에 있다. 오히려 대구가 구단 형편상 출중한 실력자들을 수급하지 못했음에도 전북과 1-1로 비기며 희망을 키웠다.
서울에 패한 포항은 선수단 모두가 벤치의 의도와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으나 상주 상무 원정에서 무기력하게 0-2로 패한 강원FC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결과도 아팠지만 아무런 장점도, 특색도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