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단독인터뷰] “멍하니 바라보던 LG 응원 직접 받는다니…”

입력 2019-03-05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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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스포츠동아DB

우여곡절 끝에 키움 히어로즈에서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김민성(31)의 목소리는 밝았다. 2013시즌부터 6년 연속 타율 0.280, 1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건실한 수비와 특유의 리더십을 앞세운 3루수 자원도 프리에이전트(FA) 한파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3월이 지나도록 미계약자로 남아있던 탓에 나온 여러 추측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행히 시범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새 둥지를 찾았다. LG와 키움 구단은 5일 오전 김민성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소식을 발표했다. 키움과 3년 총액 18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4억 원, 옵션 1억 원)에 계약을 마친 뒤 현금 5억원에 LG로 이적한 것이다. 김민성은 5일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의 각오를 공개했다.


-계약 축하한다.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은 몰랐다. 많은 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키움과 LG 구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수 입장에서 생각해주셨다. 계약이 늦어진 탓에 힘들기도 했지만,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구체적인 협상과정이 궁금하다.

“LG가 꾸준히 관심을 보여줬다. 협상 과정에서 키움 단장님이 교체되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 보니 LG의 움직임에도 제한이 있었다. 계속 기다리기만 했다. 다행히 키움 김치현 단장님이 부임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밖에서 본 LG의 이미지는 어땠나.

“최고의 명문구단이다. 나는 서울 출신이고, 과거에는 LG의 팬이었다. 프로야구 선수라는 꿈을 이루기 전부터 동경했던 팀이다. 직접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기분 좋다. 부담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목표에 다가가고 싶다.”


-등번호는 25번으로 결정됐다. 늘 한 자릿수 번호만 달아왔는데 어색하지 않나.

“어색함은 없다. 늦게 합류하는 입장에서 원하는 번호를 달라고 할 때가 아니다. 구단으로부터 전달 받은 번호 중 제일 괜찮았다. 또 두 자릿수 번호도 한번 달아보고 싶었다.”


-등록일수 1일이 부족해 FA 자격이 미뤄진 게 가장 아쉬울 듯한데.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야구한다는 자체에 더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일로 아쉬운 것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결과가 나왔으니 인정한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시니까 오히려 내가 괜찮다고 위로하는 입장이다.”


-키움을 떠나는 아쉬움도 크겠다.

“아무 것도 아니었던 나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구단이다. 구단을 잘 만나서 선수생활을 잘할 수 있었다. FA 자격을 얻은 것도 키움 덕분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과 만나지 못했다면, ‘1일’의 아쉬움은 둘째 치고 아예 FA 경험도 못 할 뻔했다.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그만큼 더 잘할 것이다. 마지막 인사를 드렸는데, 잘하라고 응원해주시더라. 헤어짐은 항상 아쉽지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LG가 그토록 원했던 3루수 자원이다. 스스로도 기대가 클 텐데.

“LG에는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빨리 계약을 마치고 캠프에 참가해서 팀에 녹아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계약이 늦어졌다. 선수단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최대한 빨리 팀에 합류해서 녹아들 수 있도록 내가 먼저 준비하겠다.”


-계약이 확정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가족과 부모님,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내 옆에서 모든 감정을 공유한 분들이다. 가족에게 가장 고맙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티 안 내고 잘 버텨줘서 정말 감사하다.”


-몸 상태는 어떤가.

“몸 상태는 좋다. 꾸준히 훈련을 잘해왔다. KISS 김언호 박사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운동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텐데 다행히 일정에 잘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제는 실전감각을 빨리 찾는 게 우선이다.”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지 못한 아쉬움은 없나.

“야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들과 호흡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 함께하는 부분도 크다. 그래서 캠프도 같이 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시범경기 때부터 단기간에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류중일 감독과는 인사를 나눴나.

“계약 직후 따로 전화를 드렸다.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2차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넘어가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일단 이천 2군구장에서 몸을 만들라고 하셨다. 하루빨리 이천으로 넘어가서 훈련을 재개할 것이다.”


-에이전트의 도움도 컸다.

“내가 혼자 뭔가를 할 수 없을 때, 복잡한 일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었다. 계약 진행 과정에서도 위기 상황이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힘써준 덕분에 좋은 그림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고마움이 크다. 개인훈련에 집중한 덕분에 몸도 잘 만들었다.”


-LG 팬들에게 첫인사를 부탁한다.

“어떻게 첫인사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계약이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기쁘다. LG 팬들의 야구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잠실 원정을 가서 LG 팬들의 응원을 멍하니 바라볼 때도 있었다. 그 응원을 직접 받으며 야구할 생각을 하니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꼭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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