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공연기획·사진 박사까지…박상원 “열혈인생? 아직 멀었죠”

입력 2019-03-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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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박상원의 도전은 끝이 없다. 본업인 연기는 물론 교단에 서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종착점은 한참 멀었다”며 웃는 그다. 사진제공|디케이이앤엠

연기자 박상원의 도전은 끝이 없다. 본업인 연기는 물론 교단에 서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동시에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종착점은 한참 멀었다”며 웃는 그다. 사진제공|디케이이앤엠

■ 나이를 잊은 ‘꽃중년 배우’ 박상원의 열정스토리

상명대 대학원 예술학 박사학위 취득
‘하나뿐인 내편’ 40%대 시청률 대단한 일
내 오랜 고민은 대중의 눈높이 맞추는 것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 내 젊음의 비결


어머니는 공고 진학을 권유했다. 아들이 공고를 나와 안정된 직장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다. 아들은 무대를 꿈꿨다. 일반 인문고(인천 동산고)에 진학한 뒤 대학에서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연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무식한 선택”이 될지도 모를 꿈, 하지만 “연기만 할 수 있다면”이라는 일념으로 결국 연기자의 무대를 이뤘다.

그러고도 머물지 않았다. 이제 연기뿐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며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재능을 넘어 부단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기자 박상원(60).

2월22일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 이미지학과에서 비주얼 저널리즘전공으로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미 두 차례 개인전과 9차례 단체전을 연 사진가이다. 또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무대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기획자이다. 모교인 서울예술대학에서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와 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려면 다 잘 해야지, 못하는 게 있으면 어떡하나”라며 웃지만, 이는 뜨거운 열정의 다른 표현처럼 들렸다.


● “‘하나뿐인 내편’ 인기, ‘모래시계’와는 또 다른 감흥”


많은 시청자는 1995년 초 안방극장을 넘어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SBS 드라마 ‘모래시계’로 박상원을 기억하곤 한다. 극중 강직하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인 검사로 권력의 비리를 단죄하려는 그의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19년 현재 그는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 출연하며 TV 앞으로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그의 열연이 더해져 드라마는 시청률 46%를 돌파했다.

“시청률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TV와 영화로 문화생활을 이어가던 ‘모래시계’ 때와 달리 지금은 즐길 수 있는 매체와 무대가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높은 시청률은 그만큼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시청자는 더 이상 TV로만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주요 매체로 떠올랐다. TV 시청률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하나뿐인 내편’의 선전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40여 년 동안 연기를 해온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박상원은 여전히 고민한다. 자신의 오랜 경험에 걸맞은 모습으로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만큼 창작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됨은 크지만 그것 역시 즐길 줄 안다.

“내게는 밝고 건강한 스트레스이다. 연기자는 고민하며 고난을 겪음으로써 결과를 얻는 직업이다. 시청률이든, 관객의 박수든, 어떤 형태로라도 반응을 얻는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관객에게 받는 박수의 매력은 기가 막힌다.”

결코 단 한순간이라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우리 나이에는 긴장을 놓는 순간 끝난다. 쫀쫀하고, 쫀득쫀득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려 한다.”

연기자 박상원. 사진제공|박상원

연기자 박상원. 사진제공|박상원


● “젊음의 비결은 매일을 치열하게 사는 것”

부러 끊임없는 긴장감의 일상을 살아가는 그는 잠시라도 몸이 편하도록 스스로 타협하는 것 또한 용납하지 않는다. 언제나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 하루하루를 보낸다. “유한한 시간을 무한하게 쓰려고 더욱 꼼꼼하고 깐깐하게” 일상을 챙긴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그가 드러낸 열정이 바로 그 예이다. 2년 동안 박사 논문을 준비한 그를 두고 지도교수인 상명대 디지털이미지학과 양종훈 교수는 혀를 내두른다.

‘학생’ 박상원에 대해 양 교수는 “‘이 정도면 됐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본인이 연구한 내용을 빼야 할 때면 굉장히 섭섭해 했다”며 “학생의 열정이 너무 뜨거워 힘들긴 했지만(웃음) 그만큼 논문의 완성도는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그렇듯 박상원에게서 흐트러진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 다져가는 마음가짐이야말로 그 원동력이다. ‘꽃중년’이라 불릴 만큼 세련된 외모를 지닌 그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한 나이도 “어차피 매년 먹을 거 긍정적으로 마주한다”고 했다.

“뛸 수 있는 체력이었는데 어느 날 걷는 것도 힘들게 되면 멈춰서면 된다. 앞만 보고 뛰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주변을 돌아다볼 수도 있다. 쉬면서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지 않나. 지금 운동한다고 무엇인가가 엄청나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오로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강단에 서서 만나는 젊은 후배들 역시 그에게는 다양한 활동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게 해주는 또 다른 힘이 된다.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순환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는 그는 “과거부터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나보다 더 많은 미래를 살아갈 제자 그리고 후배들과 한 공간에 있는 건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복감에 힘입어 박상원은 앞으로도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갈 기세다.

“인생을 에베레스트에 비유한다면 중턱 정도 도달하지 않았을까. 종착점은 한참 멀었다. 볼 장 다 못 봤다. 하하!”

그는 여전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을 향해 달려가려 한다. 자신과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없는 게 아니라 내 주변 어딘가에 숨어 있다. 불행이 행복보다 눈에 잘 띄어서 찾지 못할 뿐이다. 행복은 숨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살 것이다. 이 참에 행복을 찾는 셜록 홈즈가 되어 볼까. 하하!”

● 박상원

▲ 1959년 4월5일생
▲ 1981년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
▲ 1979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로 데뷔
▲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
▲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그대 그리고 나’ ‘토지’ ‘태왕사신기’ ‘내 딸, 금사월’ 등
▲ 1995년 ‘모래시계’·SBS 연기대상 최우수상
▲ 2005년 대한민국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 2009년 도쿄미술관 삭일회상
▲ 2010년 MBC ‘황금물고기’, 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황금연기상
▲ 2019년 상명대 대학원 예술학 박사
▲ 현 서울예대 연극과 교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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