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왼쪽)-KIA 양현종.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야구는 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다. 마지막 대회였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한국야구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내년 도쿄올림픽에 도전한다. 그 첫 관문이 세계랭킹 12위 이내의 야구강호들이 나서는 프리미어 12다. 2015년 한국이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대회이지만, 올해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만큼 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닌다.
예선부터 만만치 않다. WBSC 랭킹을 기준으로는 한국이 3위로 가장 앞서지만 쿠바(5위), 호주(7위), 캐나다(10위)는 얕잡아볼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KBO가 멕시코(A조), 대만(B조)과 더불어 예선 라운드를 안방으로 유치한 이유 중 하나다.
때마침 KBO는 WBSC와 함께 15일 오후 2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 서울 예선 라운드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KBO 정운찬 총재, WBSC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 한국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참석해 우승트로피를 공개하는 한편 C조 경기일정을 발표한다.
KBO는 올해 프리미어 12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리그 일정을 앞당겼다. 출범 이후 가장 이른 3월 23일 개막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꽃샘추위까지 겹친 탓인지 팀마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조기 개막의 부작용을 언급하는 야구인들이 많아졌다. 한 시즌 팀당 144경기인 페넌트레이스 일정 자체를 줄이자는 얘기마저 들린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부상선수가 줄을 잇는 지금 가장 마음이 불편할 사람은 김경문 감독이다. 선동열 전 감독의 전격사퇴로 길을 잃은 KBO와 한국야구의 구원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11년 만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넉넉하진 않아도 11월까지 준비할 시간이 6개월여 남아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인지 모른다.
준비과정의 핵심은 ‘강력한 대표팀’ 구성이다. 투타에 걸쳐 최정예 진용을 갖춰야 하는데, 특히 마운드가 고민이다. 개막 이후 현장으로 발품을 팔고 있는 김경문 감독도 투수부터 살피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한국야구의 투수전력은 크게 약해진 상태다. 4일 나란히 마운드에 올라 약속이나 한듯 부진한 모습을 보인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만 해도 어느덧 전성기는 넘어섰다.
타자 쪽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KBO리그를 주름잡던 강타자들은 두 수, 세 수 아래라던 홍콩, 인도네시아 투수들을 상대로도 경기 중반까지 고전했다. 타자들의 능력향상보다는 투수들의 수준하락에 기인한 ‘타고투저’에 사로잡힌 착시효과로 볼 수 있다. 관행과 이름값에서 탈피해 투타에 거쳐 능력 중심의 새로운 대표팀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