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활시위를 당기듯 온몸 근력의 탄성을 극대화한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의 투구 동작. 열아홉 신인투수가 데뷔 첫 시즌 선발투수로 낙점된 이유를 한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신예 원태인(19)에겐 프로 무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선물과도 같다. 데뷔 시즌부터 선발 투수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믿음’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원태인은 1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선발 투수로의 보직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 시즌을 출발한 최충연이 마무리 투수로 역할을 바꾸면서 원태인이 삼성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맡게 됐다. 개막 후 6경기에 구원 등판해 9.2이닝동안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하며 2홀드를 챙긴 특급 루키 원태인을 두고 삼성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결심했다. 더욱이 2018시즌에도 신인 양창섭이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소화해 7승6패를 거둔 선례가 있다.
경북고 시절에도 선발 투수로 활약한 원태인으로선 큰 부담이 없다. 스스로도 “불펜은 한 이닝을 막는 책임감이 커서 너무 완벽하게만 던지려고 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긴 이닝을 끌고 나가는데 적응이 되어있어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하다”며 웃었다. 코칭스태프 역시 별다른 주문을 내리진 않는다. 원태인은 “오치아이 코치님께서도 ‘못 던져도 본전이니 지금 던지는 대로 선발에서 똑같이 편하게 던져주면 된다’고 하셨다”며 “딱 5이닝만이라도 완벽하게 막아서 팀이 편하게 야구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놓고 내려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찍 매를 맞았다. 원태인의 머릿속엔 아직 3월 30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가 강렬하게 남아있다. 9회 오재일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해 첫 패전 투수가 된 아픔이다. 하지만 씩씩한 막내는 이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원태인은 “많이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멀리 날아가는 홈런은 처음 맞아봤다”면서도 “이후로 멘탈이 더욱 강해졌다. 프로에선 스트라이크를 잡는 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고,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는 것도 큰 동기부여”라며 “그런 점에서 경기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덕분에 제구력도 고등학교 때보다 좋아졌다”고 했다.
우규민, 최충연 등 선배들의 ‘내리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원태인은 “시범경기 때 계속 도망가는 피칭을 했는데, 규민 선배가 ‘피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신 덕분에 정면승부를 하게 됐다.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며 “충연이 형에게서도 원래 던지지 못했던 슬라이더를 배웠는데, 덕분에 체인지업 등 다른 공을 던지기 편해졌다. 아직 배우는 단계인데, 좀 더 다듬으면 좋을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까마득한 팀 선배 윤성환을 바라보며 푸른 유니폼을 입은 선발 투수의 꿈을 키워 왔다. 원태인은 “공을 던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윤성환 선배가 나오면 ‘이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다. 나 역시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힘 줘 말했다. 한편으론 “홈에서 선발 투수를 소개해주는 것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며 “선발로 나서게 돼 설렌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잠실|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