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는 어디에?” 혁신과 정체성이 사라진 아웃도어

입력 2019-04-15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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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제 근무와 레저산업 발전으로 급성장한 아웃도어 시장
본연의 정체성 잃고 단기 유행 아이템만 대량생산하다 역신장
끊임없는 기술개발, 브랜드 정체성 일관된 전달만이 살 길

등반 영화 ‘프리 솔로(Free Solo)’가 영화계 최고의 상인 오스카상(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프리 솔로’는 암벽을 아무 장비없이 맨손으로 혼자 오르는 등반을 뜻한다.

이 영화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글로벌 노스페이스 후원 탐험가인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 33)가 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3000피트(약 914m) 거벽을 로프없이 단독으로 오르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불가능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감독의 말처럼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이 ‘위대한’ 도전은 많은 영화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제 ‘아웃도어’ 이야기를 해보자.

‘아웃도어’라는 용어가 하나의 산업을 가리키는 의미로 국내에 도입되기 훨씬 이전부터 국내 대표적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산이나 극점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력의 제품을 통해 수많은 탐험가들의 험난한 도전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며 제품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주 5일제 근무 패턴 변화와 레저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적 호재 속에서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아웃도어는 국내 패션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다양한 탐험을 지원하는 등 아웃도어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듯하다. 대신 장기 불황에 대응하고자 단기적으로 유행하는 아이템을 정밀한 수요 예측없이 대량 생산하는 모습은 왕왕 목격된다.

지난겨울에도 거의 대부분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롱패딩 열풍에 기대 시장의 수요를 훌쩍 넘는 제품을 대량 생산했다. 판매 부진을 우려해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할인하거나 특가에 판매하는 등 아웃도어 제품 고유의 기능성을 강조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저가인 스포츠, 캐주얼, SPA 브랜드와 차별화없이 스스로를 과열 경쟁으로 몰아갔다.

더 큰 문제는 작년 롱패딩 재고가 올해 신제품 선판매 시점에 맞물려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아웃도어는 물론 국내 패션 업계를 대표하는 히트아이템이었던 롱패딩이 아웃도어 시장을 치킨 게임으로 내모는 형국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롱패딩 재고만 수백만 벌에 달한다고 하니 자원낭비 지적까지 받을 지경이다. 물론 작년 롱패딩에도 성공 사례는 있었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초경량성으로 차별화한 주력 롱패딩이 90%가 넘는 판매율을 올렸다. 덕분에 브랜드 전체가 2년 연속 성장을 기록하고 매출 5000억원대를 회복하는 등 의미있는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 상당수는 제품의 우수한 기능성을 알리기보다는 단기 프로모션 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전년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역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몇 차례 반복되어 온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쏠림 현상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몇 해 전에는 래시가드가 공급 과잉이었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신제품 출시없이 한 해 내내 전년도 재고만으로 판매를 충당했던 일도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래시가드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었다.

최근에는 인기 TV 예능으로 낚시가 큰 인기를 끌자 너나 할 것 없이 낚시를 새로운 시장 돌파구로 생각하며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물론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고프코어 열풍 등으로 ‘푸퍼(Puffer)’라 불리는 숏패딩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시 각광을 받았다. 일부 콜라보 제품은 리셀 가격이 몇 배씩 오르기도 했다.

아노락 재킷, 플리스 재킷 등도 대세 패션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받고 기억되는 브랜드로서 국내 패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패션 산업의 저성장 기조 속에서 지난 몇 년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온 아웃도어 브랜드들로선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렵다”, 혹은 “너무 가혹한 비판이다”라는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생을 아웃도어 의류에 헌신한 한 기업가의 일성은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양 산업은 없다. 다만 사양 기업만 있을 뿐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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