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서는 유시민과의 두 번째 대화가 펼쳐졌다.
앞선 방송에서 시대의 공포 속에서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청년 유시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날 방송은 전쟁터 같은 정치판 속에 살았던 유시민과, 현재 그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들에 대한 대화를 담아냈다.
유시민의 정치 입문은 시작부터 파격적이었다. 격식에 맞지 않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국회에 첫 등원해 화제를 모은 것이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흰색에 가까운 바지를 입고 넥타이를 매지 않은 그의 패션에 비판을 쏟아냈다. 일명 ‘백바지’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도전적이고도 직설적이었던 정치인 유시민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이러한 ‘삐딱이’ 유시민의 정치인 삶은 파란만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청하고, 많은 반대를 뚫고 장관이 되어 복지 정책들을 펼쳐냈다. 그렇게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을 사회적 선을 실현하는 쪽으로 바꿔가겠다는 목표로 정치를 하려 한 유시민. 그러나 그를 권력욕의 화신으로 보는 다른 시선은 그를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유시민은 이러한 정치판을 문명화된 전쟁에 비유하며, 그가 깨달은 ‘정치관’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의 정치는 무기 대신 대화로, 총을 쏘는 대신 표를 던지는 방향으로 변한 것이고, 본질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 유시민은 “민주주의는 누더기 옷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 싸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치인이었던 유시민과 지금의 유시민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 대해서도 그는 소신을 전했다. “나에 대한 평가는 신경 안 쓴다. 스스로의 생각이 중요하다”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리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터 같은 정치판에서 싸웠던 유시민도, 지금의 온화해 보이는 유시민도 모두 그가 갖고 있는 원래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019년 4월 현재 우리가 목격 중인 유시민의 새로운 모습,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을 하는 근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유시민이 정계로 복귀할 몸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불거졌던 상황. 유시민은 요즘 하루하루 느끼는 행복에 대해 말하며, 힘들고 훌륭한 정치인의 삶보다는 지금 자신에게 맞는 삶을 계속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대화도 언급하며, “그럼, 정치는 누가 합니까?”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정치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을 이루어주는 자리라는 것. 그래서 정치는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고, 자신은 그가 가장 잘하는 글과 말로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싶다는 뜻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과의 대화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전하며 마무리됐다. “인생의 의미가 뭘까?”가 아닌 “내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라고 질문을 바꿔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 작가, 방송인 등 유시민에게는 그를 따르는 다양하고도 엇갈린 시선들이 있었다. 그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와의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깨달음과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사진제공=KBS 2TV ‘대화의 희열2’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