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래도 서울의 행보는 충분히 갈채를 받을 만하다. 특히 전북 원정이 대단했다. 전반전에 퇴장자가 발생해 10명이었지만 ‘최강’ 전북과 대등하게 싸웠다. 후반 추가시간에 덧붙여진 추가시간에 결승포를 얻어맞았지만 사력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의 표정도 전혀 어둡지 않았다. 킥오프를 기다리며 “치고받겠다. 우리의 한계를 확인하겠다”던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잘 싸웠다. 포기하지 않은 자세를 보여줬다. 패배는 아파도 긍정적인 모습”이라며 제자들을 칭찬했다.
서울이 달라졌다. 강등권으로 추락한 지난해의 무기력증은 완전히 털어냈다. 잘 나아갈 때에도 꾸준히 반복한 ‘슬로우 스타터’ 이미지도 깨트렸다. 올 시즌 서울의 객관적인 전력은 결코 우수한 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선발진에 비해 서브 자원의 무게감은 전북, 울산에 비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최 감독 앞에 주어진 선택의 폭은 좁았다. 이름값 높은 자원들을 끌어들일 수 없는 환경에서 그는 조직력을 키우고, 투혼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책임감과 주인의식도 끊임없이 불어넣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내세워 ‘쉽게 이기는’ 축구는 아니지만 적어도 ‘쉽게 무너지는’ 모습은 사라졌다.
최 감독 자신도 변신을 택했다. 정상을 지켜야 할 입장이 아닌, 도전자가 된 현실에 맞춰 자세를 낮췄다. 오직 서울만이 아닌 리그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도 갖게 됐다. 부담을 덜어내자 결과가 따랐다. 전북과 당당히 정면충돌할 수 있었던 것도 도전자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잃을 것이 없는’ 서울이 무서운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