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오심이 주사위 확률(?)’ K리그, 정말 공정하고 정의롭나

입력 2019-07-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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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또 주사위 놀이를 (심판이) 했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등장하면 K리그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이른바 ‘주사위론’이다. 주사위를 굴리면 1이 나올 확률도, 2가 나올 확률도, 3~6이 나올 확률 모두 동일하다는 것. 축구 경기 중 오심 가능성이 비슷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사위론’은 5월 K리그 대표자 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오심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한 구단 대표자가 불만을 표하자 이를 이해시키겠다며 또 다른 인사가 남긴 비유에서 비롯됐다. 서글픈 대립을 지켜본 참석자들은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으니 그냥 참자’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혀를 찼다.(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당시 불만을 터트린 당사자가 제보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몇몇 구단 대표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곤 잠시 귀를 의심했다. 모두가 불합리한 상황의 피해자니 가만히 있자는 논리는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다. 애초에 피해자를 줄이고 오해를 살 상황부터 없애는 게 우선 아닌가. 한 구단 관계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주사위론’을 이해할 수 있나. 백 번 던져도 ‘1’이 나올 가능성은 1/6이다. 단, 오심을 의미하는 ‘1’이 계속 나오면 주사위를 의심하게 된다. ‘1’이 새겨진 면의 무게가 모종의 이유로 가장 무거운 것이 아닌지 살피고픈 생각이 들지 않겠나.”

올해 한국축구는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에 2-0으로 승리해 지펴진 작은 불씨는 금빛 감동을 안긴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거쳐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이어졌다. 축구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워졌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에도 봄날이 왔다. 시즌이 개막한 3월부터 꾸준한 증가 추세다. 정규리그 18라운드까지 경기당 평균관중 8373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대구FC가 한국형 축구전용경기장(포레스트 아레나)을 건립해 평균 1만583명을 흡수했고 전북 현대와 FC서울, 울산 현대의 3강 구도는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답답함이 남는다.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아 가슴 철렁할 때가 잦다. 비디오판독 시스템인 VAR에서도 미스가 나온다. “VAR을 VAR해야 한다”는 씁쓸한 주장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이겨도 찝찝하고 지면 더 불쾌한,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상황이 반복된다. 경기력과 기술(VAR)에 비해 심판 수준이 반비례해 발생한 현상이다.

하지만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꼼짝하지 않는다. 사태가 끝난 뒤 “그건 오심이다”고 마지못해 인정하는 정도가 전부다. 애프터서비스는 낙제점이다. 심판 평가가 어땠는지, 상벌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매 라운드가 어렵다면 시즌 종료 후라도 해야 하는데, 항상 숨긴다. 이유는 하나, “심판 권위를 위해서”란다. 구단의 아우성, 여론의 비판에 아랑곳없이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지니 컴퓨터로 진행한다는 심판배정 시스템조차 믿지 않는 구단들이 넘쳐난다.

권위는 스스로가 아닌 주변이 세워준다. 억지로 만들 수 없다. 오심으로 바뀌는 결과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재경기도 없다. 최소 이틀, 길게는 일주일 이상 공들여 준비한 경기를 망치면 구단만 아픔을 떠안을 뿐이다. 사회의 화두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데 정말 그런가.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전혀 아닌 것 같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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