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로 양상문 사퇴 접한 민병헌, “우리 책임…착잡해”

입력 2019-07-21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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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민병헌. 창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착잡하죠. 제가 지금 무슨 얘기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지 이틀이 지났지만 선수단의 표정이 밝을 리 없었다.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여한 민병헌(32·롯데 자이언츠)은 이틀 전 자진사퇴한 양상문 감독 이야기에 표정이 굳어졌다.

양 전 감독은 19일 성적부진을 이유로 이윤원 단장과 함께 자진사퇴했다. 공필성 수석코치가 잔여 시즌 동안 감독대행을 맡고, 공 감독대행은 21일 드림 올스타 코치 자격으로 창원을 찾아 감독자회의에도 참여했다.

올스타전이 우천 연기되며 양 전 감독의 자진사퇴 이슈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선수단은 누구도 이러한 조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 선수로 참가한 롯데 소속 민병헌, 장시환, 나종덕 모두 밝은 표정을 짓지 못했다.

민병헌은 “기사로 소식을 접했다. 감독님께서 힘들어하고 계신 건 알았지만, 사임할 기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씁쓸히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겠나. 어떻게 기사화될지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긴 하다. 축제의 날인데 마냥 웃을 수도 없다”며 “그렇다고 올스타전의 스포트라이트가 우리 팀으로 옮겨와서도 안 된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민병헌은 올 시즌 전반기 5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9, 5홈런, 26타점, 36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리드오프로서 경기에 나설 때면 꾸준히 활약했지만, 개막 직후 사구에 맞아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건 롯데에 치명적이었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부상이었음에도 민병헌의 자책이 상당했다.

그는 “결국 양 감독님이 팀을 떠나신 건 선수들의 책임이다. 우리가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나. 하루빨리 팀을 추슬러야 한다”며 “아직 선수단과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모두가 나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후반기 50경기가 남았다. 시즌은 계속된다. 동요되지 말고 자신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축제의 날. 롯데 선수단이 마냥 웃지 못한 이유는 팬과 전 사령탑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창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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